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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월 이상’ 누가 풀었나 … 진실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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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노무현 정부 말기인 지난해 11월 17일 쇠고기 수입 관계부처 장관 회의에서 월령 제한 규정을 없애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주장한 데 이어 한 달 뒤 열린 관계 장관 회의에서도 동일한 방침을 재확인한 사실이 22일 공개됐다.

민주당 측은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선(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후(後) 쇠고기 수입’ 방침을 명확히 했다고 맞서 ‘월령 제한 철폐’ 책임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22일 “대선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17일 당시 한덕수 총리 주재로 열린 쇠고기 관계 장관회의에서 우선적으로 30개월 미만 미국산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와 뼛조각을 수입하되, 미국이 사료 금지 강화 조치를 이행하면 월령 제한을 폐지해 30개월 이상도 수입을 허용키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16일 열렸던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물었고 김 본부장은 “그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에 그런 기록을 갖고 있다”며 시인했다.

이어 김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 같은 결론을 재가한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김 본부장은 “저보다 윗선에 계시는 분들께서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사실에 비춰 보면 노 전 대통령도 대선 전까지는 월령 제한 철폐에 동의했었지만 대선에서 패배하자 30개월 미만만 수입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고 차기 정권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쇠고기 국정조사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2월 18일 노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만났을 때 분명하게 ‘미국 의회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 쇠고기를 내줘도 FTA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선 FTA, 후 쇠고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시 이 당선인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한나라당이 자꾸 ‘설거지론’을 제기하면 국가기록원에서 보관 중인 2월 대화 기록을 국정조사 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표 최고위원도 “지난 6월 봉하마을에 갔을 때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2월 이 당선인과 회동 때) 쇠고기 협상은 미리 하면 안 되고 미 의회가 비준안을 상정하기 직전에 체결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선인 비서실장 자격으로 회동에 배석했던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당시 쇠고기 문제를 포함해 새 정부의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하·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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