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터넷상의 인권보호는 강화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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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보화 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정보화의 역기능이다. 인터넷에 유포되는 악의적인 허위 정보가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지는 광우병 파동에서 충분히 체험했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 휘두르는 사이버 폭력이 자살로 이어지고, 악성 댓글의 피해자들이 엄청난 정신적 고초를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터넷은 하루가 다르게 폭발적으로 팽창하는데, 법과 제도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게 현실이다. 모두가 안심하고 정보화 사회의 편리성을 누리기 위해서도 비뚤어진 인터넷 관행은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가 어제 인터넷상에서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저장하는 행위를 금지시키는 등 새로운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올바른 조치라고 본다. 그동안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이 해킹이나 보이스 피싱 같은 폐해를 낳은 게 사실이다. 대형 포털사이트들의 댓글 실명 확인과 악플에 대한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한 것도 적절한 판단이다. 포털들은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임시조치를 지키지 않아 피해를 키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악성·불법 스팸메일의 형사처벌 근거를 마련한 것도 마땅히 필요한 조치다. 다만, 정부가 과도하게 인터넷을 규제한다는 인상은 피해야 한다. 법무부가 내놓은 ‘사이버 모욕죄’가 대표적이다. 모욕죄는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만큼 사이버 시대에 맞게 현행법을 손질하는 것이 옳다. 촛불집회에 대한 분풀이로 국민을 겁주려 한다는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포털들은 사회적 영향력만큼의 책임도 짊어져야 한다. 네티즌의 관심을 끌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무한정의 자유를 누릴 수는 없다. ‘표현의 자유’ 뒤에 숨기에는 포털을 매개로 한 사이버 폭력의 도가 지나치다.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명예와 권리, 우리 사회의 상식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존중될 수 있다. 칼은 요리할 때는 문명의 이기지만, 잘못 휘두르면 치명적인 흉기로 돌변한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포털들은 왜 우리 사회가 새로운 규범과 제재를 강제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