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미국 정부는 減員공무원 심정 아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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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 대통령과 의회는 기업체의 대규모 감원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기 전에 연방공무원에 대한 감원정책의 문제점과 공무원들이 겪는 경제적.심리적 고통을 진지하게 헤아려봐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공무원들에 대한 해고와 조기퇴직이 두드러지게늘어났다.
한때 영원하리라고 생각됐던 일자리가 불안해졌다는 점에서 기업체 종업원들보다 나을 것이 없어진 셈이다.
종업원은 줄이고 생산성은 높이자는 목표는 기업체 경영진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한 뒤 고위 행정관리들은 필요없는 인력을 해고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연방정부의 인원 감축은 기록적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클린턴이 취임한 93년 이래 무려 18만7천여명의 연방공무원들이 해고됐다.
지난해 가을 현재 연방공무원은 2백1만9백21명으로 65년 이래 가장 적다.연방예산안에 따르면 올해안에 2만~3만명이 추가로 해고된다.워싱턴에서만도 3천명 내지 4천명의 공무원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연방공무원들에게 있어 「직업의안정성」이란 과거의 얘기로만 남게될 것 같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시리즈 기사 「움츠리는 연방공무원」에서 『이러한 연방공무원 감축은 첫번째 파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묘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업체에서 해고되는 인원에 대해 관심을쏟을 동안 공무원들도 전례없는 시련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감원에 대한 목적은 기업체와 정부 모두 분명하다.기업체의 목표는 비용을 줄임으로써 경쟁력을 키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이익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사무자동화로 필요없는 인력이 생기는데다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을 해고하고 있다.
기업체나 정부 모두 감원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하지만 우리는 해고당한 사람이 받고 있는 고통이 어떤가를 알아야 한다.기업체나 정부,어디에서 해고됐든간에 결과는 똑같다. 실직한 사람들은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해야 한다.수입이 줄어들게 되고 그동안 닦아온 기술과 경험이 아무런 소용이 되지 않는 일자리로 전직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 나이에 일자리에서 너무 일찍 물러남으로써 예상보다 훨씬 적은 연금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관리자급 이상에서 해고되면 더욱 곤란한 입장에 처해진다.
클린턴대통령과 대통령 후보들,상.하 양원 의원들은 해고 또는감축 대상가능성이 있는 공무원들의 심정을 항상 염두에 둬야한다. 근로자들의 불안.분노.좌절은 기업체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연방 공무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로 인식해야한다.기업체의 감원 바람에만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된다.
[정리=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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