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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외딴섬들, 해양리조트 부푼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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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천에서 90㎞나 떨어진 외딴섬 굴업도 전체를 고급 해양리조트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옹진군 제공]

인천 옹진군에는 모두 150여 개의 유·무인도가 있다. 그러나 주 소득원인 꽃게 같은 어족 자원이 고갈되면서 재정자립도가 28%에 머무는 등 주민 생활은 낙후돼 있다. 이런 상황을 고급 해양 리조트 단지 개발로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이런 개발이 희귀 동식물 멸종과 해안 지형 파괴 등을 불러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굴업도와 선갑도 개발=CJ 그룹 계열의 C&I 레저산업은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90㎞ 거리에 있는 굴업도(옹진군 덕적면)에 지중해풍의 해양오션파크를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하고 있다. 굴업도 전체 토지(172만㎡)의 98%를 소유하고 있는 C&I는 3900억원을 들여 2013년까지 섬 중앙에 31개 동 규모의 콘도미니엄과 관광호텔을, 섬 왼편에는 골프장, 오른편에는 요트장과 생태학습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열병합발전소, 해수 담수화 플랜트, 체육공원 등의 공공편익시설도 포함돼 있다.

해양리조트 개발업체인 동방마린리조트도 최근 선갑도 ‘씨 월드 리조트’ 개발 계획을 옹진군에 제시했다.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에 딸린 섬인 선갑도는 해안선 8.5㎞의 무인도다. 2006년 408만㎡의 선갑도를 전부 매입한 이 업체는 골프장과 해상호텔·콘도미니엄·워터파크·요트계류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회사 손응복 대표는 “위그선이나 시속 50노트 수준의 제트포일 선박을 투입해 인천에서 30분 이내에 닿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파괴 논란이 개발 추진의 변수가 되고 있다. 굴업도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먹구렁이와 살모사 등이 서식해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또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산을 절토할 경우 섬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C&I 관계자는 “보존 가치가 높은 섬 해안 지형이나 야생 동식물은 최대한 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섬 스테이’ 상품도 개발=이런 가운데 인천관광공사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천 섬 스테이(stay)’ 상품을 개발했다. 이 상품은 노을이 일품인 ‘무의도 까치놀섬마을’, 해수욕과 갯벌체험, 바다에서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무의도 큰무리마을’, 바다 인어의 전설이 서려 있는 ‘장봉도 팜스테이’, 농어촌을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신도 푸른 벗말마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족들과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는 ‘강화 용두레마을’, 천년 전통을 지닌 화문석의 숨결과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강화 화문석마을’, 도시의 묵은 때를 씻을 수 있는 ‘세어도 어촌체험마을’ 등의 코스도 마련됐다. 공사 관계자는 “인천 섬 스테이는 비단 여름 휴가철뿐 아니라 사계절 체험관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섬 스테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인천관광공사 홈페이지(www.into.or.kr).

정기환 기자

◇굴업도=사람이 엎드려 일하는 모습의 형태에서 섬 이름이 유래됐다. 백사장이 잘 발달된 해안선이 12㎞에 달해 풍광이 뛰어나다. 1990년대 핵폐기장 후보지 선정 문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섬 인구는 8가구에 10여 명. 굴업도로 가려면 인천에서 쾌속선을 타고 덕적도에 내린 뒤 하루 한 번씩 섬에 들어가는 정원 80명의 정부보조 여객선 해양호를 갈아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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