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드러나는 북한 核의 실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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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파키스탄 핵무기 개발의 주역인 압둘 카미르 칸 박사가 "5년 전 북한에서 완전히 조립된 형태의 핵폭발장치 3기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칸 박사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대북정책 기조는 물론 6자회담에도 엄청난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물론 그의 언급이 사실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칸 박사의 발언이 사실일 개연성이 높다는 데 있다. 그가 핵무기 전문가인 데다, 방북시점인 1999년은 그가 북한에 우라늄 핵폭탄 제조기술을 제공해 북한당국으로부터 칙사 대접을 받을 때다. 따라서 북한이 칸 박사에게 엉뚱한 모조품 같은 것을 보여주지는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칸 박사의 발언이 그동안 한.미 정보당국이 파악하고 있던 내용에 근접하다는 점도 그의 진술의 신빙성을 높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칸 박사의 진술은 한반도의 평화에 역행하는 매우 심각한 사태진전을 갖고 올 수 있는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1~2개의 조잡한 형태의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만 있었으나, 이제는 관측을 넘어 북의 핵무기 보유가 '실제상황'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사태는 정말 심각한 국면으로 흘러갈 수 있다. 먼저 북한은 자신들이 핵개발에 매진할수록 이를 제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강해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선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핵 보유가 체제유지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북한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핵 보유가 아니라 국제사회에 동참해야 함을 알아야 한다. 중국을 포함해 주변 어느 나라도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빨리 포기해야 주변국의 경제적 협력을 빨리 받아낼 수 있다.

정부도 핵 보유 선언이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해 구체적이고 면밀한 대책을 미리 강구해둬야 한다. 핵 보유가 선언된다면 정상적인 남북관계는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특히 북핵을 놓고 남남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인식을 일치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