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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노 전 대통령·부시 ‘쇠고기 통화 공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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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에 대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전화 통화한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이 사실상 노무현 정부에서 거의 마무리돼 이명박 정부는 설거지를 한 것뿐’이란 한나라당의 ‘설거지론’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민주당이 공개를 추진 중인 통화 내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직전인 지난해 3월 말 양국 정상 간의 통화 내용이다.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인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미국산 쇠고기가 일본·대만·홍콩 등 아시아 국가에 차별받지 않는 조건으로 한국 시장에 들어오도록 하겠다’고 부시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쇠고기 특위 관계자는 “통화 내용이 공개될 경우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소위 설거지론은 쑥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통화 내용은 현재 국가기록원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보관 중이어서 열람과 자료 제출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자료 제출 요구안을 의결할 경우 공개가 가능하다.

민주당 쇠고기 특위 김동철 의원(간사)은 “한나라당이 쇠고기 수입 조건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입장에 대해 진실 규명 의지가 있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의결에 협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을 다시 공개하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통과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또 지난달 7일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간의 통화 내용에 대해 청와대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한국에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밝힌 바 있다.

김동철 의원은 “두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검토하면 이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협상 타결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은 이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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