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4만 달러’ 원동력은 공장 인허가 서류 들고 뛰는 공무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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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북구 연암동의 골프연습장. 1300여 명의 회원 중 절반이상을 인근 기업체들의 근로자들이 차지, 울산 지역에서 골프가 이미 대중화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동 사진작가]

지난달 16일 첫 상업생산에 들어간 울산시 용연동의 SK에너지 제2 고도화시설(FCC). 벙커C유 등 값싼 중질유를 분해, 다시 휘발유 등의 값비싼 경질유를 생산한다 해서 ‘지상 유전’으로 불리는 시설이다. 투자액(2조)·연간 부가가치 생산액(1조) 모두 단일 시설로는 국내 정유업계 최대 규모다.

이곳을 둘러본 신헌철 부회장은 “울산 외에 전국 어느 시·도지사가 기업체의 인허가 서류를 직접 들고 뛰어다닌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3년여 전의 일을 회고했다.

2005년 6월. 이 일대가 녹지용지로 묶여 있어 수년째 애를 태우다 포기하고 인천으로 옮겨갈 계획을 세우던 참이었다. SK의 힘으로는 토지이용계획 변경권을 쥔 국토해양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벽을 도저히 넘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알게 된 울산시의 최문규 경제통상국장(현 기획관리실장)과 김상채 투자지원단장이 서울의 SK 본사까지 찾아와 간청했다.“SK가 용연 4공구 내에 유휴지로 갖고 있는 30만㎡를 공장부지가 시급한 현대중공업에 넘겨달라. 녹지 문제는 우리가 책임지고 풀어주겠다.”

박맹우 울산시장이 직접 토지이용계획 변경신청 서류를 들고 국토해양부·산림청을 찾아갔다. 완강했던 환경부에는 담당사무관 책상머리까지 쫓아가 “이미 사택으로 쓰고 있는 지역이어서 녹지로 보전 가치가 없다”며 설득했다. 6개월 뒤 열린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도 국장급이 참여하는 관례를 깨고 시장이 직접 나섰다.

“울산처럼 공장이 넘쳐나는 곳에서 뭐가 아쉬워 시장이 기업체 로비스트처럼…”이라는 핀잔이 이어졌다. 하지만 “연계성이 높은 석유화학공장을 흩어놓으면 대외경쟁력을 잃어 울산도 망하고 국가도 망한다”며 굽히지 않았다.

마침내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결단을 내렸다.‘용연동 SK 제2 사택 일원 녹지용지 39만3300㎡(현 SK에너지 제2 FCC 부지)를 산업용지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이에 SK에너지는 유휴지를 10년 전 구입가보다 32%나 싸게 현대중공업에 넘겼고, 현대중공업은 거간꾼 역할을 해준 울산시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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