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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어려울 때 “사랑합니다” 현수막 걸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1호 08면

‘이명박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7·3 한나라당 전당대회장에 걸린 플래카드 중 유일하게 이 대통령에 대한 것이었다. 쇠고기 파문으로 한나라당 당원조차 이 대통령에게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내던 시기였다. 플래카드는 도드라져 보였다.

한나라 신임 대변인 ‘의리파’ 차명진 의원

“한 분 제가 기억하고 싶은 분이 있다. 이재오다. 선거를 치르며 이재오와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그분이 오늘 이 자리가 있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다. 그분을 기억하겠다.”

4월 22일 한나라당 당선인 연찬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총선 직후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공천 책임론이 거셌다. 당선 소감과 각오를 밝히는 자리에서 낙선한 이 전 최고위원을 거론한 건 좀 튀었다.

지난해 12월 14일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의 전신) 의원들이 ‘이명박 특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한 한나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일 때였다. 한 의원이 들것에 실려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신당 의원들에게 떠밀리면서 허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모두 한나라당 신임 대변인인 차명진(사진) 의원 얘기다. 그는 이렇듯 튀는 듯, 때론 엉뚱한 듯 보일 정도로 할 말을 하는 스타일이다. 궂은 일을 피하지도 않는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좌충우돌이다. 한나라당 내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스타일의 정치인이다. “어쩌면 가장 비(非)한나라당 대변인 인선일지 모른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나라당 대변인은 보통 선남선녀로 좋은 가문 또는 좋은 직업(대개 법조인)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스스로 ‘신문용 대변인’이라고 부른다. 비디오형이 아니란 얘기다. 노동운동-국회의원 보좌관-대선 후보 보좌역으로 이어진 이력은 오히려 서민과 가깝다. 그는 지금도 아반떼를 탄다.

그는 자신의 발탁을 두고 “한나라당이 너무 순해 좀 튀는 사람도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첫 논평 때문에 단번에 네이버 인물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표현을 차용해 “전직 대통령 예우, 해드려야지요. 그렇다고 국가기록을 슬쩍 하신 범법행위까지 없던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지요”라고 했다.

‘정치인 차명진’을 이해하기 위해선 두 사람과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고들 얘기한다.
우선 김문수 경기지사다. 1981년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 징집돼 군대에 갔다 온 그는 어느 날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이던 김문수 지사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됐다. 그 길로 김 지사를 찾아갔고 이후 같은 길을 걸었다. 노동운동을 했고 위장취업도 했다. 94년 김 지사가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함께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에 입당할 때도 그는 함께했다. 그는 김 지사의 지역구(부천 소사)도 물려받아 재선했다.

또 다른 사람은 그의 선친이다. 1·4후퇴 때 월남한 선친은 노동운동 한다며 자신의 임종도 지키지 못할 뻔한 아들을 두고 아내에게 “저 놈 믿지 마라. 빨갱이다”란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신다. 부채의식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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