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모기지업체 지원 난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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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연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양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회사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긴급 지원안에 대한 의회 동의를 받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여야 의원 상당수가 “납세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저녁 공화당 의원들과 비공개 면담을 했다. 지원안의 조속한 통과를 부탁하기 위해서다. 같은 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무너질 위험은 전혀 없다”며 금융시장과 의원들을 안심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미 의회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WSJ는 “여당인 공화당은 처리 속도를 늦추려 하고, 민주당은 백악관이 이미 거부 의사를 밝힌 40억 달러의 지방 도시 지원안과 연결지으려 한다”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인 짐 버닝 상원의원은 폴슨 장관이 출석한 15일 청문회에서 대놓고 “이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당시 화가 난 폴슨 장관은 “그럼 더 나은 계획을 내놓아보라”고 맞받았다.

논란의 핵심은 재무부가 두 회사 지원을 위해 의회에 사실상 ‘백지수표’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재무부는 두 회사에 대한 신용 공여를 늘리고, 필요할 경우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명확한 한도를 정하지 않다. 폴슨 장관은 이에 대해 “주머니에 물총밖에 없다면 결국 꺼내 써야 하지만, 바주카포가 있다는 사실을 남들이 알면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폈다. 두 회사의 부실을 방치하기엔 미국 주택금융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미 의회도 끝까지 모른 척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 각국도 미국의 사태 추이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두 회사의 채권이나 모기지 관련 증권을 상당액 들고 있는 중국·일본이 특히 그렇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은행 200억 달러를 비롯해 중국 6대 은행이 두 회사 채권 300억 달러어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 금융사가 보유한 이들 채권이 10조 엔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 등 3대 은행 보유분만 4조7000억 엔에 달한다.

패니메이·프레디맥 두 회사가 워싱턴 정가에 엄청난 로비 자금을 쓰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지난 10년간 두 회사가 쓴 로비 자금이 2억 달러에 달한다”며 “현재 공화·민주 양당의 대선 캠프에도 두 회사를 위해 로비를 했던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고 보도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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