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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38만원 외엔 빚진 적 없는 CE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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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그가 1956년 고향을 떠날때 그의 수중에는 좁쌀 두말이 있었다.

어머니가 직장을 얻기 전까지 굶지 말라고 쥐어준 것이다. 배 삯을 아끼기위해 배의 기관실에 몰래 숨어 제주바다를 건넜다. 그러나 정작 기차안에서 먹을 도시락은 허기진 승객에게 넘겨 주고 자신은 굶었다. 고인호(70.사진) 건흥전기 회장이 최근 펴낸 ' 좁쌀 두말이 밑거름 되어'란 자서전에 나오는 일화다. 고 회장은 이 자서전에서 ▶1948년 제주도에서 일어난 '4.3사건'으로 가족이 해체되고 ▶가산이 기울어져 고향을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회사경영과 사회봉사 활동 등을 비교적 소상히 정리했다.

1969년 회사를 창업해 국내에서 손꼽는 전자부품(스위치) 업체로 자리 잡을때 까지 그는 선친의 가르침을 경영의 밑거름으로 삼았다고 자서전에서 밝혔다. 고 회장은 "선친께서 ▶ 남의 것은 내것이 아니다 ▶ 좋은 것은 남에게 남겨두라▶검소하고 성실하게 살라 등 세가지를 유훈을 남겼다"며 "이익이 내 앞에 놓여 있을때 이 유훈을 잊지 않을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집을 마련할때까지 가전제품을 사지 않았고 만 40세가 넘을때까지 공장이 있는 서울밖으로 나가지 않고 일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또 창업후 지금까지 빚을 내지 않았다. 창업때 어머님에게 부탁해 빌린 38만원이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꾼 돈이다. 고 회장은 "행여 내가 자서전에 쓴 내용중 후배들이 수긍가는 부분이 있으면 그대로 살아 보기를 권한다"며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이 남에게 잘 베푸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학회를 만들어 제주 후배들을 지원하고 있고 불우가정을 돕는 데도 힘쓰고 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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