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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삭제 막은 김하나씨 모녀의 나라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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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들 아리(1)가 태어난 후 김하나씨 가족이 캐나다 집에서 찍은 사진. 왼쪽부터 스위스인 남편, 아리를 안고 있는 친정 어머니인 시인 권천학씨와 김씨. [김하나씨 제공]

“ 다시는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주제어 변경이 논의되지 않도록 정부와 민간이 확실히 못을 박아야 합니다.”

미 의회도서관이 15일(현지시간) ‘독도’ 주제어 삭제를 다룬 회의를 무기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김하나(32·여) 북미 동아시아도서관협의회(CEAL) 한국분과위원회 회장이었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대 동아시아도서관 한국학 책임자로 있다. 김씨는 10일 미 의회 도서관 관계자로부터 독도 관련 자료의 분류어를 현재의 ‘독도’에서 ‘리앙쿠르 암석’으로 바꾸는 회의가 16일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의회도서관에 공식 항의 문서를 보내는 한편 한국 정부와 한인들에게 알려 공동 대응에 나서 ‘회의 무기 연기’라는 결실을 끌어냈다.

김씨는 16일 전화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독도란 주제어를 갑자기 없애고 일본에 유리하게 바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회의가 무기 연기돼 너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에 앞장선 데는 그의 어머니 권천학(62)씨의 영향이 매우 컸다. 김씨가 10일 미 의회도서관 측의 이야기를 듣고 당황해하자, 권씨는 “행동하지 않으면 매국노”라고 질책하면서 김씨가 신속하게 나서도록 했다. 김씨는 “어머니의 독려에 정신을 가다듬고는 주말 내내 자료 조사를 한 결과 ‘독도’ 주제어뿐 아니라 상위 분류어인 ‘한국의 섬들’까지 없어지고 ‘일본해의 섬들’로 대체될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곤 저지 행동에 나선 것이다. 딸과 함께 있던 권씨는 전화 통화에서 “내 나라 땅을 빼앗기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내 딸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딸이 있는 캐나다와 한국을 오가며 살고 있다.

권씨는 198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시인이다. 『나는 아직 사과씨 속에 있다』 등 7권의 시집을 발간했다. 그의 독도 사랑은 남다르다. ‘일어서라 독도’란 시를 발표했고, 2006년 해양수산부 주최 바다의 날 행사에선 자작시 ‘달려라 독도’를 낭송하기도 했다.

“절·해·고·도/덜미 푸른 동해의 등뼈가 우두둑 소리 내며 아득하게 일어서고 있었어/용암에서 일어나 끓어오르는 심지/바다 복판이 아니었으면 식히지 못했을/열정의 한 시대를 기억하는 섬…”.

이런 어머니의 영향으로 김씨는 외국에 살면서도 조국 사랑에 적극적이었다. 이달부터는 북미 한국학 자료 컨소시엄(KCNA)의 위원장을 맡아 캐나다와 미국인들에게 한국을 이해시키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북미 지역 12개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는 KCNA는 한국 관련 자료·문서의 구입과 수집 등을 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원하는 단체다. 김씨는 “일본은 해외에 자신들을 알리고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데 적극적인 데 반해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며 “한국 알리기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동시통역사 자격증을 가진 김씨가 어머니의 시를 번역해 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씨는 2006년 미 하버드대가 주최한 세계번역대회에서 어머니의 시 17편을 번역해 최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어릴 때 꿈이 외교관이었다는 김씨는 “비록 진로를 바꿔 사서학자가 됐지만 민간인으로서라도 한국을 널리 알리고 조국을 돕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10년째 외국에서 살고 있고, 캐나다 영주권도 있지만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 2002년 결혼한 스위스인 남편(제약회사 간부)도 아내의 조국 사랑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18개월 된 아들의 이름도 ‘아리랑’에서 따와 ‘아리’로 지었다. 김씨는 “남편이 나를 격려하면서 열이 심하게 올라 앓고 있는 18개월짜리 아들을 바빠진 나 대신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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