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슈퍼리그 막바지 MVP타이틀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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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배구에서 올려주는 자(세터)와 때리는 자(공격수)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다.통렬한 스파이크도 먹음직스럽게 빚어준 토스가 아니면 나오기 어렵고,거꾸로 아무리 좋은 토스라도 스파이크에 의한 「최종결재」가 없으면 빛을 보기 어렵다.
피날레를 눈앞에 둔 96배구슈퍼리그 최우수선수(MVP)타이틀경쟁이 다름아닌 악어와 악어새 싸움으로 치달아 「배구보기」의 흥미를 곱절로 높여주고 있다.물론 이는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2승씩 챙긴 고려증권(남)과 호남정유(여 )의 우승이그 전제다.남자부는 고려증권의 좌우쌍포 이수동(26).문병택(25)과 세터 이성희(29)가 유력한 MVP후보.배구입문 15년동안 무명이었던 이수동은 「바람의 파이터」「코트의 난폭자」로불릴 만큼 가공할 스파이크를 선보이 며 공격을 주도,배구탄생 1백주년을 맞는 96슈퍼리그의 슈퍼오빠로 떠올랐다.왕년의 거포장윤창으로부터 오른쪽 공격기지를 물려받은 문병택은 왼쪽에 비해적은 공격빈도(약70%)때문에 일반인들에겐 덜 어필됐지만 상대편 주포인 왼쪽공격수 전담블로커 임무까지 겸업,배구전문가들로부터는 이수동 못지않은 점수를 얻고 있다.
이성희는 바로 이들의 공격을 조율해온 살림꾼이자 주장.대표팀노장 신영철(한국전력)의 그늘에 가려 국내 2인자에 머물러온 그는 이번 슈퍼리그를 통해 상대블로커들을 헛걸음시키는 예측불허의 토스로 막강화력을 뒷받침하는 한편 「옛 가락 (제천 광산공고때까지 왼쪽공격수)」을 살린 강력한 스파이크서브로 상대진영을뒤흔들며 2인자 꼬리표를 벗어던졌다.
여자부에서도 호유6연패를 위해 은퇴(지난해3월)후 7개월만에복귀한 세터 이도희(28)와 쌍포 장윤희(26).정선혜(21)가 돋보이는 후보들.다만 이(92년)와 장(91.95년)이 이미 MVP에 올랐던 반면 정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유난히 펄펄 날고 있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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