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입술에 혜택주는 酒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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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지매 떡도 커야 사먹는다」는 우리나라 속담은 아수라장 같은 서구 자본주의세상의 국제경쟁시장 신참자로서 그동안 잘도 견디고 커온 우리나라 경제의 영악한 소질을 비밀스레 간직하고 있다.본란은 며칠 전 외국산 고급 위스키가 우리나라 시장에서 급신장하고 있는 현상에 스코틀랜드의 생산자가 누구보다 먼저 놀라고 있음을 지적했다.그런데 알고보니 이것은 우리나라 정부의 전적인 가호를 받아 생긴 「실적」이었음이 드러났다.한국의 조세당국은 「아지매 술」값에는 외국산 위스 키 값 보다 82%나 세금을 더 매김으로써 「아지매 술」보다 「남의 술」을 더 사먹게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그래서 국내 양조업자는 술도가를 잠그고 수입상으로 전업해 「술심부름」값이나마 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술에만 그치지 않는다.한국의 생산자들은 지금 당국의 이런 배신행위에 의해 설 곳을 잃어버렸다.글로벌시대의 세계적 경쟁에서 자국(自國)산업을 특별히 보호해주기를 기대해선 물론 안된다.그렇다고 부주의와 「無배짱」탓에 오히려 남의 나라 제조업자와 상인에게는 배에 가까운 세금혜택을 내주고 있대서야 말이나 될 일인가.
그래놓고 걸핏하면 잘못된 일은 소비자의 과소비와 외제선호,아니면 생산구조의 열악 탓으로 돌린다.정부에 비난이 돌아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간시키고,중소기업의 곤경을대기업의 인색에 돌리는 것으로 오해받을 일을 서 슴지 않는다.
술은 생산.수입.유통,이 모든 단계가 전에도 지금도 철저하게정부의 장악속에 있다.왜냐하면 술소비자가격에는 세금이 「사자(獅子)의 몫」이기 때문이다.술만 그런 것이 아니다.정부서비스는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금융산 업.사회간접자본산업은 이 글로벌시대에 외국과 경쟁하기에 너무나 큰 비용을 우리나라 모든 산업의 생산비에 가중시키고 있다.외국 위스키생산자가 한국시장을 노다지로 생각하는 것을 술꾼이나 국내 술도가탓으로 돌리지 말고 정부의 「내 탓」으 로 돌리는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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