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도분쟁 유도 → 반환요구’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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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14일 공개한 중학교 사회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령하고 있는 것처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사실상 독도를 일본의 ‘빼앗긴 땅’으로 규정한 것이다.

해설서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측 호칭)’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고 적고 있다.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할 것을 한국과의 외교마찰을 우려해 완곡하게 표현했다는 것이 일본 측 주장이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한 일·한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의도한 표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내용을 보면 일본 정부의 속내를 그대로 알 수 있다. 해설서는 “(독도에 대해서도) 북방 영토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영토·영역에 관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즉 중학생들이 독도 문제를 북방 영토와 같은 방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방 영토는 일본이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 열도(러시아식 표현) 4개 섬을 뜻한다. 이 섬은 우여곡절 끝에 태평양전쟁 이후 러시아가 갖고 있다. 일본은 러시아에 대해 계속 반환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에 대해선 반환 협상이 진행돼 왔다.

해설서는 북방 영토 부분에 대해선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지만 현재 러시아에 의해 불법 점거돼 있기 때문에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그러면서 독도 문제를 북방 영토 분쟁과 같은 수준으로 표현한 것은 결국 ‘한국이 일본 영토인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으며, 한국은 독도를 일본에 반환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영유권 주장’을 넘어서 ‘반환 요구’까지 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의 의도는 독도를 국제 분쟁 지역으로 만들어 국제사법재판소로 들고 가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를 위해 상당한 자료를 수집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한국 정부가 강경 대응할수록 일본에 유리할 것이란 계산도 하고 있다. 동시에 독도 문제에 무관심한 대다수 일본 국민에게 다시 주지시키는 동시에 보수·우파 세력을 집결시키고, 자민당의 지지율을 높인다는 속셈도 갖고 있다.

권철현 주일 한국 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정부는 줄기차게 독도를 국제 분쟁지역화하겠다는 일관된 의도로 대응하고 있다”며 “우리로서는 강력 대응해 우리의 의지를 보여줘야 하지만 일본의 이런 의도에는 말려들지 않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해설서의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교사들의 학습지도 참고서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의 교과서 회사들은 이 해설서를 토대로 교과서를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는 14개 사회과 교과서 가운데 4개에만 독도 관련 내용이 들어 있으나 2012년 이후에는 모든 교과서에 실릴 전망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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