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뷰캐넌 승리에 주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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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일 미국 뉴햄프셔주(州) 공화당 대통령후보 예비선거에서 극우 보수성향인 패트 뷰캐넌이 승리한 것은 보수분위기가 지배하는 최근 미국정치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번 선거에서 뷰캐넌이 내건 메시지는 한마디로 「미국 제일주의」다.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그리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반대한다.특히 미국상품에 대해 무역장벽 을 쌓고 있는 일본.중국의 상품에 대해 막중한 수입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상품수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또 이민 전면금지를 주장하며,소수민족과 여성에 대한 복지우대정책에 반대하고,대외원조 전면삭감을 주장한다.
뷰캐넌을 지지하는 세력은 소위 「잊혀진 중산계급」이다.구체적으로 고졸 이상 학력의 백인노동자들이 주류다.이들은 기술혁신과국제화의 거센 파도속에서 임금수준 정체(停滯),실업불안에 시달리고 있다.이들은 기성정치권이 자신들의 문제를 외면하는 데 분노하면서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뷰캐넌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번 뉴햄프셔주 승리로 뷰캐넌이 공화당 대통령후보가 될 가능성은 커졌지만 그가 11월 대통령 본선에서 승리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오히려 공화당 내분(內紛)으로 클린턴대통령의재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는 분석이 대세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미국정치의 전면(前面)에 등장하고 있는 보수적.고립주의적 흐름이다.이같은 흐름은 미국의 대외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아니 이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특히 안보.경제적으로 미국 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의 입장에선 그같은 흐름에 크게 영향받을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당장 한.미안보체제에서의 한국의 급속한 비용부담증가,대한(對韓)통상압력가중,미국위주의 대북(對北) 정책추구등이 현실문제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미국 동북부의 한 작은 주에서 일어난 정치행사의 결과에 대해우리가 깊은 관심을 갖고 미국의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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