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평양 무공해 섹스 모르디요" 귀순자 정성산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최근 유럽에서 일어난 김정일(金正日)의 동거녀 성혜림(成蕙琳)씨의 북한 탈출은 만수대 무용단 출신 「기쁨조」였던 고영희 등 김정일 후처들의 成씨 박대가 원인의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당간부들에 봉사하는 여성조직이 있다는 사실은 이제구문.그러나 당간부들의 정력을 위해 출산은 안하고 만삭이 되기전 태아를 끄집어내 바치는 조직이 있다는 소식은 믿기지 않을 만큼 섬뜩하다.
지난해 1월 귀순한 정성산(鄭成山.27)씨가 펴낸 『평양 무공해 섹스 모르디요』(제일미디어 간행)에는 이처럼 충격적인 북한의 성실태가 적나라하다.
북한여성들의 1등 신랑감은 「군당지도원」.군대 다녀온 당원으로 지식과 도덕,그리고 돈이 있는 사람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선호하는 직업은 외화벌이 기관원.운전수.사진사 등.
「화선입당」이라는 말도 있다.공을 세웠거나 당에 큰 기여를 하고 입당하는 것을 말하는데 지금은 순결을 바치고 입당한 여성들을 뜻한다.그만큼 당간부들의 성문화는 밑이 보이지 않을만큼 부패했다고 鄭씨는 고발한다.
사회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성의 출구가 막힌 일반인들의 상황은열악하기 짝이 없다.청춘남녀가 가장 안전하게 관계를 맺는 곳은화장실. 피임약과 콘돔이 드물다보니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은 아이를 떼기 위해 석유.휘발유등을 복용하는 사례도 많다.
주부들이 남편의 영양보충을 위해 탯줄을 요리하거나 아이에게 먹이고 남은 모유를 매일 한컵씩 데워준다는 이야기는 참담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남편의 말은 성경이자 불경.사회주의 이념과는 달리 유교사상이뿌리깊게 남아 남편 잘못으로 시작된 부부싸움이라도 아내가 먼저잘못했다고 빌어야 끝난다.
그러나 89년 남녀공학 도입이후 청소년들의 성은 전보다 많이자유로워져 주요도시 고등학교 학생들중 애인이 없는 사람은 팔불출로 꼽힌다.학교에서는 연애를 일삼는 요주의 학생들의 명단을 따로 비치할 정도다.
결혼식은 주로 겨울에 치른다.음식이 쉴 염려가 없기 때문.식량난으로 음식상을 위해 보통 1년이상 준비한다.
일가친척 가운데 책임자를 선정,헛간 열쇠를 틀어쥐고 준비된 음식을 관리한다.
이밖에도 鄭씨는 북한의 성관련 유머,남한에서의 에피소드,북에두고온 애인과의 가슴 아픈 사연을 소개한다.
KBS 코미디프로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출연도 하고,다음달에는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는 그는 『사회일반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북한의 감춰진 생활을 들춰내기가 무척 괴로웠다』며 『앞으로북한 신세대 부부들의 희로애락을 소설로 옮기겠 다』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