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刻舟求劍-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지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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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일을 처리하는데 너무 변통(變通)과 수단(手段)에 능해도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곧이 곧대로 처리하는 것도 문제다.그런 사람은 지금처럼 다양화된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에서 있었던 이야기다.어떤 사람이배를 타고 양쯔(揚子)강을 건너고 있었다.날씨마저 화창해 다들갑판에서 한담(閑談)을 나누고 있었다.
승객 중에 보검(寶劍) 한 자루를 신주(神主)모시듯 하는 사람이 있었다.그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정신을 팔고 있다가 그만 그 칼을 강에 빠뜨리고 말았다.「아차!」하고 뱃전을 기웃거려보았지만 칼은 이미 깊숙이 빠지고 난 뒤였다.
그는 즉시 뱃전에다 표시를 해두었다.
『옳지.칼은 이곳에서 빠졌겠다? 그러면 안심이다.』 얼마 뒤배가 강안(江岸)에 닿자 그 사나이는 즉시 배에서 내려 아까 자기가 표시해 두었던 뱃전쪽으로 가더니 물에 풍덩 뛰어 들었다.물속에서 한참이나 칼을 찾았지만 허사였다.
『이상하군.분명히 표시를 해 놓았는데….』 다들 그의 행동을보고 웃었다.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여보시오 젊은이,칼은 저 강물 속에 빠졌고 배는 이미 건너오지 않았소.그러니 뱃전에다 표시를 해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단말이오.어디 한번 저 강 속에나 가서 찾아 보시구려.』 刻舟求劍은 「배에 표시를 하고 나서(刻舟) 칼을 찾는다(求劍)」는 뜻으로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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