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억류때 성혜림씨 만난 최은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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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현재 유럽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혜림(成蕙琳)씨는70년대말까지 김정일(金正日)의 주요 동거녀로 생활해 왔음이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78년 1월 홍콩에서 북한공작원에 납치돼 8년동안 북한 억류생활을 했던 재미 영화배우 최은희(崔銀姬)씨의 증언으로 밝혀졌다.이에 따르면 崔씨는 북한 억류때 성혜림씨를 김정일 별장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로스앤젤레스에 머무르고 있는 崔씨는 15일 본사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 도착 직후인 78년 2월16일 김정일 생일날 그의 별장에 초대돼 자신의 아내라고 소개한 여성을 만났다』며 『최근 공개된 사진을 보니 이 여성이 성혜림씨 였다』고 말했다. 『당시 成씨는 얼굴이 둥글고 잘생긴 편으로 말 수가 적었고 어딘지 모르게 수심에 차있어 보였다』고 회상한 崔씨는 『김정일이 아내를 가리켜 「우리집 사람은 아무것도 모릅니다.여편네란 집에서 아이 키우고 살림 잘 하면 되는거지요.저 사람은 촌뜨깁니다」고 농담을 해 옆에 있던 사람들이 무안했다』고 술회했다. 崔씨는 이 자리에는 일곱살 짜리 김정일 아들이 있었는데이 아이가 成씨의 친자식이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아이의 이름을 물어봤더니 꼬마는 「남의 이름을 다 물어」라고 중얼거리며 뒤꽁무니를 쳤다』는 것.
崔씨는 이어 『이 여성은 피곤해 보이는 나를 침실로 안내하는친절을 보이기도 했다』며 『당시 북한에서 보았던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홈드레스를 입고 있어 세련된 감각에 놀랐다』고 증언했다.또 파티장에서 『나중에 신천온천에 같이 가자 』고 약속했지만 이후 잠깐 다른 파티장에서 어렴풋이 본 것 말고는 그녀를 다시 보지못했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그러나 崔씨는 『성혜림씨와 호숫가를 산책하며 대화를 나눴다는일부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히고 『당시 그녀가성혜림씨인줄 전혀 몰랐고 김정일의 많은 여성파트너중 한명으로 생각해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 살고 있는 崔.신상옥(申相玉)씨부부는 자신들의 탈출 체험에 비춰 『현재 성혜림씨 일행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안전한 망명을 위해 그들이 처한 상황을 비밀로 해야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
이와함께 『성혜림씨 일행에 대한 북한공작원들의 추적이 끈질기게 이뤄질 것』이라며 『만약 우리 정부의 능력 밖에 있다면 「큰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이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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