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형 누른 업보 메치고 유도 금맥 잇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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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베이징 올림픽은 왕기춘에게 ‘악역 배우’로 남느냐, 새로운 영웅으로 탄생하느냐의 시험 무대다.

▶이원희와 반대로 간다

왕기춘은 여러 면에서 선배 이원희와 대비된다.

이원희가 시원한 기술로 상대를 제압했다면 왕기춘은 팔팔한 체력을 바탕으로 시종일관 상대를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큰 기술은 없지만 잡기 싸움에 능해 상대가 기술을 걸지 못하게 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기술을 연결하고 수시로 변경하는 플레이로 상대를 잠시도 마음 편히 놔두지 않는다. 수비와 굳히기 능력도 좋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점수를 지킬 줄도 안다. 다만 먼저 점수를 내주고 끌려가는 상황에서 단번에 반전시킬 수 있는 큰 기술이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안병근 유도대표팀 감독은 “(왕)기춘이는 특정한 기술을 고수하는 선수가 아니라서 상대가 연구하기 힘든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세계유도가 평준화된 터라 적들은 사방에 깔려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세계선수권 이 체급 은메달리스트 엘누르 맘마들리(20·아제르바이잔)는 왕기춘의 가장 강력한 금메달 경쟁자다. 지난해 대회에서 왕기춘은 맘마들리를 누르고 금메달을 땄다.

▶금메달 2개도 가능하다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선수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대진운, 당일의 컨디션까지 승부를 좌우한다.

체급별로 절대 강자가 사라져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이 때문에 기대주 왕기춘이 실패하더라도 한국의 종합 10위 진입에 일조할 요원들은 많다. 81㎏급으로 체급을 올린 김재범(23·KRA)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성적을 냈다. 60㎏급의 최민호(28·KRA)와 100㎏급의 장성호(30·수원시청)는 기복이 적고 풍부한 경험이 장점이다. 두 번째 올림픽인 최민호와 3회 연속 올림픽에 나서는 장성호는 베이징에서 유종의 미를 꿈꾸고 있다.

▶유도 판세는

유도에 걸린 금메달은 남녀 각각 7개다. 종주국 일본은 금메달 4개로 자존심 지키기에 나선다. 남자 종목에서는 주도권을 상실했지만 다니 료코가 버티는 여자 종목에서는 최다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일본의 꿈은 개최국 중국과의 대결에 달려 있다. 여자 종목을 집중 육성한 중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내며 이변을 예고했다. 개최국의 이점까지 살린다면 판도를 장악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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