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속보이는 이중당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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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93년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집권초기 첫 조각(組閣)때 이중국적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한 신임장관은 딸이 한국과 미국 국적을 함께 갖고 있어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급기야 그 파문은 학계에까지 확산되면서 유수한 대학의 모총장은 이중국적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아무리 세계가 지구촌이 됐다 한들 「이중성」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이 한국인정서에 어딘가어울리지 않는 구석이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이중당적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바로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으면서 실제로는 국민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는전국구의원들 문제다.
지난해 8월 분당사태이후 국민회의와 민주당 양측은 『탈당하라』『못하겠다』고 옥신각신하다 급기야 이중당적문제는 고발사태로 번졌다. 민주당 성동갑조직책 임종인(林鍾仁)변호사가 지난달29일 나병선(羅柄扇)의원을 상대로 서울지법 동부지원에 직무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어 1일에는 민주당 김유진(金裕珍)당보주간이 羅의원을 포함해 장재식(張在植).김충현(金忠賢)의원을 창당방해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이들이 국민회의 소속이면서 형식상 민주당지구당위원장으로 돼있어 지구당창당대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민주당 조직책을 받은 이들은 선관위에 호소했지만 아직도해결책을 내놓지 않아 고발했다.
해당 전국구의원들이 탈당하지 않는 이유는 득표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때문이다.현역의원은 선거운동개시일(3월26일)전까지의정보고활동이라는 명목으로 무제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선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고하더라도 파렴치하다.
당사자인 모의원은 스스로를 『나자신도 비도덕적 행위라는 것은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실토했다.
일부는 『민주당도 비도덕적이다.제명하면 되지 않는가』라며 오히려 큰소리다.하지만 이 또한 제명되면 의원신분은 유지되는 점을 활용한 얄팍한 계산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설날(19일)이 지나면 탈당한다고 한다.시기를 그때로잡은 것도 『설날때 그래도 의원신분으로 인사다니는게 유리하다』는것이다.
「몸은 민주당,마음은 국민회의」인 이중당적 의원들-.
그들의 이름은 이들외에도 이우정(李愚貞).김옥천(金玉川).국종남(鞠鍾男).박정훈(朴正勳).김옥두(金玉斗).남궁진(南宮鎭).배기선(裵基善)의원 등이다.
정선구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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