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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칼럼

한여름 밤의 와인 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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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바캉스의 계절. 작렬하는 태양은 녹음이 우거진 시원한 계곡이나 바다로 우리를 유혹한다. 점심을 막 끝낸 나른한 오후가 되면, 곧 있을 여름 휴가의 피서지로 어디가 좋은지 여기저기 뒤져보기도 한다.

“그래! 이번 여름휴가는 계곡으로 정하는 거야.”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가에 와인과 발을 담그고 지낼 생각에 이미 마음이 들뜬다. 5-6명 정도로 구성된 일행은 각자 담당할 준비물을 나눈다. 일부는 음식을 준비하고 일부는 이동할 자동차를 제공하고 그리고 일부는 머물게 될 팬션을 담당한다. 물론 내가 맡은 것은 와인 이다.

한 여름 밤을 와인과 함께 멋지게 연출하고자 한다면, 먼저 와인을 위해 필요로 하는 소품들을 몇 가지 챙겨야 한다. 와인 병을 오픈할 수 있는 와인 오프너가 있어야 할 것이고 스파클링이나 화이트 와인들을 위해 차갑게 칠링 할 얼음과 버켓이나 비슷한 용기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분위기 연출을 위한 와인글라스인데 와인글라스를 챙긴다면 좋겠지만 운반 시 너무 무거울 수 있으므로 피크닉용 플라스틱 와인글라스를 구비한다. 일인당 글라스 2개 정도면 만사 오케이! 그리고 와인을 준비한다. 와인은 준비되는 음식에 따라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마테우스 로제 (포르투갈),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 (미국)

행선지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준비할 때 즈음이면 더위로 인해 입안은 텁텁할 것이고 약간의 시장기를 느끼게 된다. 이때, 미리 얼음에 재워둔 차가운 로제 와인을 식전 주로 준비한다. 로제 와인은 청량감과 함께 과실적인 상큼함이 있으며 대체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비교적 낮은 12% 이하인 경우가 좋다. 차가운 로제 와인 혹은 오크통 숙성을 시키지 않은 상큼한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은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기에 제격이다. 이왕이면 파인애플이나 메론, 딸기등과 같은 과일과 함께 곁들이면 금상첨화.

가끔씩 샴페인과 같은 스파클링 와인을 식전 주로 즐기기도 하지만, 경험상 너무 더운 여름에는 샴페인의 버블 때문인지 마신 후 몸을 좀 더 덥게 하는 경우를 가끔씩 경험한다. 스파클링 와인은 수영을 막 끝내고 바닷가에서 마시면 제격.

제이피 쉐네 로제 스파클링 (프랑스), 샴페인 떼땡져 브륏 리저브 (프랑스)

참고로, 여름에 비교적 어울리지 않는 와인들이 몇 가지 있다. 오크통 숙성을 한 묵직한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들도 여름에 마시기에는 꽤 부담스럽고 덥게 느껴진다. 여름에 마시는 와인들은 화이트 이든 레드 이든 오크통 숙성을 통한 무게감 있는 와인의 경우 여름철에 진한 화장을 한 듯 덥게 느껴진다. 특히 샤도네(Chardonnay) 포도 품종은 오크 통 숙성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저렴한 가격대의 오크통 숙성을 거의 하지 않은 샤도네 혹은 프랑스산 샤블리가 여름철 와인으로 부담 없다.

야외 피크닉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음식이 바비큐이다. 통상 육류 이전에 올려지는 구운 야채류, 구운 조가비와 같은 해산물 과도 로제 와인은 무난하다. 좀 더 맛깔 난 저녁을 구상한다면 상큼하고 가벼운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들도 훌륭하다. 호주 산 리슬링(Riesling)이나 프랑스 루아르의 화이트는 깔끔한 맛을 준다. 오크통 숙성을 하지 않은 저렴한 가격대의 프랑스산 샤블리(Chablis)지방의 와인들은 조가비 구이들과 멋진 조화를 준다.

테라바로사 리슬링(호주), 파스칼 졸리벳 상세르 블랑(프랑스), 장 마크 보로카 샤블리 (프랑스)

본격적으로 소금 구이 스타일의 육류가 구워질 때에는 너무 묵직하고 진한 맛의 레드 와인들 보다는 가벼운 레드 와인들로 시작. 피노누아(Pinot Noir)와 같은 가벼운 스타일의 레드 와인들이 좋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점차로 와인의 강도를 높인다. 프랑스산 론 지방의 꼬뜨뒤론 와인들은 2-3만원대로 가격이 부담 없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생산되는 수퍼토스칸 스타일이 훌륭하다. 3-5만원대의 스페인 와인들에서도 양념이 된 육류들과 함께 즐기기 좋다.

아카시아 피노누아(미국), 루피노 일 두깔레 (이태리), 라플란타 (스페인)

최성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