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성향정부 출범하며 독도분쟁에 강경 전환-일본 입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 외무성이 9일 독도에 주둔한 한국경찰의 철수와 시설물의철거를 요구한 것은 예상밖의 강도 높은 대응이다.한국 외무부와주일 대사관측은 일본이 예전처럼 독도 영유권을 원칙적으로 주장하는 선에서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가 의 외의 반격에 직면한 셈이다.
그러나 일본은 사실 오래전부터 이에 대비한 전략을 짜놓았으며이번의 강도 높은 대응은 사전 시나리오에 따른 작전이나 다름없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 한국과의 역사문제로 인한 외교마찰 이후 「한번 걸리기만 하면…」 차원에서 한국에 대한 반격을 노리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국이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선포하고 독도 주변에서 군사훈련 가능성을 시사하자 일본이 곧장 독도 문제를 걸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독도문제는 이른바 「꽃놀이패」다.
독도 영유권문제를 당장 한.일간의 문제로 국한시킬 경우 일본은손해볼 것이 없는 논쟁일 뿐더러 좀 더 넓은 범위에서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일본은 그동안 독도 문제를 2차대전 이후 러시아에 편입된 북방 4개섬 문제와 연계해 다루어 왔다.만약 독도가 일본의 영토가 아니라면 똑같은 논리로 러시아가실제 점유중인 북방 4개섬은 일본의 영토라는 것이다.일본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 독도문제를 러시아에 대한 지렛대로 사용하는 셈이다. 일본은 지난 77년 러시아의 경제수역에 대응해 경제수역을 선포했을 때 한국및 중국과의 미묘한 현안이 걸린 지역에 대해서는 대상 수역에서 제외했을 정도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마찰은 이번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1983년8월 독도에 접근한 일본어선에 대해 우리측 경비선이 경고사격을 했을 때만 해도 일본 외상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대신 외무성의 정보문화국장이 항의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이번과 같은 일본의 예상외의 강력한 반발은 일본 내부의 정치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국제적인 여론과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생각해 덮어두려던일본정부의 태도가 급변한 것은 우익성향이 강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정권 출범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일본 전몰자유족회장까지 지냈던 하시모토가 총리에 선출되면 서 오히려 한.일간 외교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당초의 우려가 이번에 표면화된 것이다.
특히 일본 연립여당과 정부는 이달초부터 거세게 몰아치는 주택금융전문회사의 책임문제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독도영유권 제기에 따른 긴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이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해 과거사 파문에 이어 당분간 손해볼 것 없는 독도문제를 이슈화시켜 국내외적으로 보이지 않는 상당한 이득을 취할 속셈으로 보인다.
한국이 독도 문제에 감정적인 대응을 떠나 보다 장기적인 전략에 따른 신중한 대응이 요구되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도쿄=이철호.김국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