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파워콤 “구식 이미지 깨겠다” 격식파괴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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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LG파워콤은 4일 대전시 가정동 LG데이콤 기술연구원에서 이정식 사장과 인턴사원 간 간담회를 했다. 오후 5시 한자리에 모인 30여 명의 인턴들은 자신만큼이나 튀는 옆 사람 복장을 눈여겨 봤다. 면바지에 티셔츠, 운동화 차림이어서 사장과의 첫 면담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 사장의 복장도 가벼운 외출복 차림. 그는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인턴들의 질문에 성의껏 답했다. 간담회는 캔맥주를 앞에 둔 자유토론으로 이어져 저녁 늦게까지 계속됐다.

격식 파괴는 ‘통신 도매사업자’라는 LG파워콤의 이미지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것이다. 이 사장도 “옛 한국전력공사에서 떨어져 나온 회사라는 ‘구식’ 이미지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우선 인턴 모집과정부터 뜯어고쳤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중순 면접으로 인턴을 뽑을 때도 파격을 시도했다. 인턴 지원자에게 “학교 갈 때 복장 그대로 면접에 와달라”고 통보했다. 인턴사원 현수혁(25)씨는 “반신반의하면서 청바지 차림으로 면접장에 들어섰는데 면접관도 우리 못지않은 간편 복장이라 내심 놀랐다”고 말했다. 지원자들을 한 번 더 놀라게 한 건 2년차 사원이 임원과 함께 면접관으로 나선 일. 인턴사원 정헌창(26)씨는 “사원 면접관을 보니 나도 이 회사에 입사하면 금세 저 자리에 앉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면접 내용도 특이했다. 이영복 노사노경팀장은 “지원자가 면접관의 생각을 꺾으려 들 정도의 고집을 보이면 조직 인화 차원에서 박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이번엔 사원 면접관들의 성원으로 그런 지원자가 여럿 합격했다”고 전했다. 사원 면접관들도 가슴 뿌듯해했다. 면접관으로 참여한 한태경 사원은 “나도 2년 전 인턴사원으로 왔다가 정식 입사했다. 입장이 바뀌어 질문하고 평가하는 자리에 서보니 뿌듯하기도 하지만 회사에 대한 책임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하반기에도 이런 방식으로 인턴을 모집할 예정이다. 이번에 108 대 1의 경쟁을 뚫고 인턴사원이 된 이들은 80~90%가 9월 이 회사의 정식 직원이 된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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