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강경'본색 드러내는 하시모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는 취임 후 강경노선을향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줘 「강경 총리(强勢首相)」로서의 본색을 점차 드러내고 있다.
그의 이같은 행동은 비록 「국제 정치대국」을 갈망하는 일부 일본인들의 갈채를 받을지 모르나 다른 한편으론 일본과 이웃 국가들간에 분쟁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강경 총리로서의 그의 본색은 먼저 위안부에 대한 사과를 단호히 거부한데서 잘 엿보인다.유엔인권위원회는 최근 위안부에 관한보고서를 작성했다.이 보고서는 제2차 세계대전기간중 일본이 위안부들에게 저지른 만행을 꾸짖고 아직도 생존한 이 불행한 여인들에게 낱낱이 배상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하시모토 총리는 이같은 유엔의 호소를 거부한 것은 물론 법률적 차원에서 볼 때도 일본은 전시(戰時)의 죄과에 대해다시는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했다.
이런 그의 행태는 앞으로 일본이 이웃 국가들과 심각한 영토분쟁을 발생시킬 것을 뻔히 알면서도 2백해리 경제수역을 선포하는행동 등으로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일본정부는 유엔의 2백해리 경제수역 해양법협약과 관련한 법안에 서명,3월초 국회의 심의를 거쳐 6월중 이를 통과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만일 2백해리 경제수역을 선포한다면 한국.중국등 이웃국가들과의 마찰은 필연적이다.이는 뿌리깊은 역사적 문제가 얽힌영토분쟁이기 때문이다.일본은 이 법안을 구실로 분쟁중의 섬들을합법적으로 집어삼키려 하나 이는 불속에서 밤 을 줍는(火中取栗),즉 죽 쑤어 개 좋은 일 시키는 결과만을 낳을뿐 소기의 목적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조어대(釣魚臺.일본명 센카쿠)도서를 예로 들자면 중국은 반드시 일본의 경제수역을 용인하지 않고 국토보전을 위한 강경조치를 취할 것이다. 중국이 조어대와 관련한 영토분쟁 논의를 잠시 보류하는 것은평화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다.그러나 일본이 제멋대로 조어대를 삼킨다면 중국과 대만이 일제히 2백해리 경제수역을선포,일본으로서는 머리를 태우고 이마를 데는(焦 頭爛額)엄청난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유엔에서 82년 제정된 2백해리 경제수역 해양법협약은 상당히많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그럼에도 하시모토 총리는 취임직후 영토분쟁해결에 다급한 양상이다.일본 관리들이 지난주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 외무장관회의 기간중 중국 관리들 에게 이미 이문제에 관한 입장을 표명했고 또 일본 연립정부 여당대표단이 이달중 한국을 방문,한국의 반응을 떠보려한다.
모두 헛수고에 그칠 일본정부의 이같은 도발적 행태는 바로 집권연장을 목표로 한 하시모토 총리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는 잘 안다.그의 강경 총리로서의 본색은 뭇 아시아 국가들의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
[정리=유상철 홍콩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