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옮길 때 부르는 ‘목도소리’ 되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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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신현규(83)씨 등 화천군 사내면 주민이 나무를 끌어 옮기는 것(운재)을 재현하며 목도소리를 하고 있다. [화천군 제공]

“에~이도 산호” 선소리꾼이 이렇게 부르면 나머지 일꾼은 후렴으로 “에~이도 산호”를 따라 한다. 이어 선소리꾼이 “보기만 끔찍했지” “힘써 당기면” “안가는 나무 있느냐”고 하면 마디 사이마다 일꾼들은 후렴구 “에~이도 산호”라 주고 받으며 소리를 이어간다.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 범안골 목소도리다.

아버지에게 목도소리를 배웠던 신금철씨(53)가 최근 ‘범안골 목도소리 보존회’를 만들었다. 목도소리 선소리꾼이었던 아버지 신현규씨(83) 등 소리를 할 수 있는 마을 노인들이 연로해 그대로 있다가는 우리 소리를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목도소리는 교통이 발달하기 이전 우·마차가 드나들 수 없는 곳에 나무 또는 물건 등을 운반할 때 힘을 모으기 위해 여러 사람이 어깨에 메고 짐을 나르며 부른 소리로 일꾼들이 지치는 것을 막고, 스트레스도 해소했다. 통나무를 좁은 산길에서 끌고 내려오는 운재와 이후 조금 큰 길에서 목도를 이용해 옮기며 부르는 소리가 있다. 범안골 목도소리는 네 명이 하는 4목으로 산세가 험하고 다양해 소리가 느리고 빠른 형식으로 구성됐으며 현재까지 잘 보존돼 있다. 2003년엔 강원민속예술축제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3만3000㎡의 논·밭과 장뇌농사를 짓고 있는 신씨는 “예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노인 대부분 80대로 이들의 소리가 끊어지게 되는 것이 안타까워 보존회를 만들었다”며 “농한기에 소리계승을 위한 강좌를 집중적으로 열어 소리를 익히고, 사정이 허락하면 공연도 자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아가 연구소로 발전시켜 강원도, 우리나라 목도소리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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