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공활 말고 중활 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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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3일 오후 인천 남동공단 내 ㈜LC글로벌 조립장. 인하대 임승구(기계공학과 3)군과 류혜진(국제통상학과 4)양이 이 회사 직원들에 섞여 LPG 엔진의 기화기 조립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은 부품이 들어오거나 완성품을 출하할 때면 무거운 박스를 나르며 막노동도 주저하지 않았다. LC글로벌은 저공해 자동차 엔진 개발업체. 대기오염의 주범인 디젤차를 LPG차로 개조하는 핵심 부품의 개발에 성공해 올해 본격 생산에 들어가 있다.

임군은 “강의실에서 배운 열역학 이론이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상품화되는지를 생생하게 배우고 있다”며 땀을 닦아 냈다. 류양은 “가족적인 분위기의 중소기업에서 캠퍼스와는 다른 사회와 회사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2일 시작된 인하대의 여름방학 ‘중활(中活)’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학생들의 요즘 모습이다. 중활은 ‘중소기업 봉사활동’의 줄임말이다. ‘중활’은 과거 ‘농활’(농촌 봉사활동), ‘공활’(공장노동운동)에 이은 새로운 형태의 대학생 봉사활동이다. 그러나 ‘위장취업’ ‘노조 제조기’ 등으로 불리며 산업현장에서 논란이 됐던 1970∼80년대의 ‘공활’과는 거리가 멀다.

인하대의 중활은 ‘사제 동행의 맞춤형’이라는 게 특징이다. 대졸 실업자가 넘쳐나도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기술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현실에 맞춘 봉사활동이다.

학생들은 현장 작업을 통해 일손도 돕고 실무 경험을 쌓는다. 지도교수는 영세 중소기업들이 목말라하는 기술지도를 해 주고, 학교가 보유한 첨단 장비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석희(45) LC글로벌 사장은 “아쉬운 일손을 덜 수 있는 점 외에 이따금씩 기술개발에 대한 반짝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며 “LC글로벌을 거쳐간 중활 출신들을 직원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인하대는 150명의 중활 학생을 선발해 인천·부천 지역 중소기업 45개 업체에 내보냈다. 공학 전공 중심의 지도교수 40명도 1∼2개 업체씩을 맡도록 했다. 학생들은 최소 10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12일씩 중소기업에서 현장 일을 하며 사회와 회사를 배우게 된다.

100시간 근무를 마친 학생들에게는 봉사학점 3학점씩이 인정되며 22만5000원의 수당을 학교로부터 받는다. 기업들에 일절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서다. 홍승용 인하대 총장은 “중활은 살아 있는 산학협력 네크워크”라며 “현장에서 섬기는 마음과 산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중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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