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장면도 안심 못할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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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젠 자장면도 마음놓고 먹을 수 없는가보다.언젠가는 가짜 해삼을 다량으로 만들어 공급해온 업자들이 줄줄이 적발돼 입을 벌어지게 하더니,이번엔 중국음식 조리용 돼지기름이 잡동사니로 만든 엉터리였다는 소식이다.
중국음식은 거의 다 돼지기름으로 볶거나 튀겨 만든다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그런 돼지기름을 도축장에서 마구 쓸어모은 돼지껍질이나 내장으로 만들어 팔아왔다니 맛은 고사하고 그동안 먹은 중국음식이 몸에 해나 주지 않았는지 걱정이다.
심지어 일부 업체제품에서는 비닐 등 이물질까지 발견됐다고 한다.유해여부도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적발된 3개 업체가 그동안 만들어온 비위생적인 불량한 돼지기름은 모두 6천4백에 41억원어치나 된다.식품공전에는 돼지기름은 돼지비계로만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돼지비계의 공급이 달리자 재료구입비도 줄이고 중량도 늘릴겸해서 껍질과 내장을비계에 마구 섞어 넣었다는 것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라지만 돈이 된다고 하면 가짜 해삼에,엉터리 돼지기름까지 만들어내는 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는 없다.식품의 수준이야말로 그 나라의 선진화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따지고 보면 어디 중국음식뿐이겠는가.소비자의 눈과 혀를 속여이(利)를 취하려는 상인들의 탐욕은 도처에서 줄기차게 눈을 번득이고 있다.얼마전에는 물감을 들인 해조류가 적발된바 있다.다행히 그것이 사용이 허용된 식용색소인 것으로 밝 혀지긴 했지만소비자의 눈을 속이기 위한 얄팍한 상술이었음은 틀림이 없다.
대규모 식품회사의 규격화 제품에 대해서도 심심찮게 「불량」「유해」시비가 일고 있는 형편이니 문제가 단시일안에 해결되리라고기대하기도 어렵다.그러나 매일 먹어야 하는 식품의 불건전성은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당국은 꾸준한 단속을 계 속하고 소비자들은 광범위한 감시망을 조직해 악덕 식품업자들과의 끈기있는 싸움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지금도 어느 구석에선 여전히 가짜 해삼을 만들고, 돼지내장으로 기름을 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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