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씨 비자금사건 3차공판 紙上중계-검찰 논고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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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매입하는 등으로 관리해 왔을뿐 아니라 자금의 상당부분을 부동산 매입등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한편 2천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퇴임후에까지 남겨놓은 사실에 비추어볼 때 이는 단순한 뇌물사건이 아니라 역사상 유례없는 대통령의 부정축재사건이라 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다.금품제공자나 관련자들 또한 각자 자기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부정축재를 조장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관련및 증거=수수 또는 교부한 돈의 성격에 관해 노 피고인은 정당운영과 각종 선거에서 안정의석의 확보,사회의 어두운 곳을 보살피는데 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수한 통치자금이라고 주장한다.또 뇌물공여 피고인중 일부는 노 피고 인에게 건네준 돈이 뇌물이라기보다는 인사치레 또는 국사에 보태쓰라는 뜻의 성금으로 제공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통치자금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통용되지도 않고 그러한 자금을 조성해 사용하는데 대한 법적 근거도 전혀 없다.따라서 주고 받은 돈의 성격은 금품수수의 기회가 된 개별면담이 이루어진 장소와 면담형식,주고 받은 대화의 진의,금 액의 규모,수수자측의 자금관리 은닉형태,공여자의 자금조성 과정등을 종합해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특정사업의 수주등과 관련해 대통령의 권한 또는 영향력 행사에 대한 대가라는 취지가 명시적으로 밝혀졌거나 포괄적으로 기업경영과 관련해 선처해 달라는 뜻이 묵시적으로 서로 통하면서 금품을 주고 받은 사실이 인정되므로 금품을 뇌물이라고 보는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정상론=피고인 이건희.김우중.최원석.장진호.이준용.김준기.
이건.정태수에 대해 보면,그동안 피고인들이 국내외의 기업활동을통해 어느정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 피고인의 부정축재가 가능하도록 한 일방 당사자로서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민들로서는 평생을 가도 만져보지 못하는 수십억.수백억원의 뇌물을 제공해 정경유착의 원인을 만든 피고인들을 비롯한 뇌물공여 기업인들의 책임 또한 그에못지 않다고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대통령이라 하여 예외가 될 수 없듯이 소위 재벌이라하여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관행이「뇌물을 주는 관행」이었다면 이번 기회에 이를 단호히 척결해야 할 것이다.
피고인 이현우에 대하여 보면,피고인은 노 피고인과 기업인과의면담을 주선하고 안내하는 등 노태우피고인의 뇌물수수행위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한편 그 과정에서 자신도 6억여원의 뇌물을 받는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스스로 국민의 공복임을 망각하고 상급자의 사복으로 전락한 피고인에게 엄정한 처벌을 내려 마비된 공직윤리를 일깨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고인 금진호.김종인.이원조에 대해 보면,피고인들은 대기업의대표들과 자주 접촉하거나 기업체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음을 이용해 대기업 회장들과 대통령의 은밀한 개별면담을 주선하거나 금품제공을 요 구해 전달해주는등 노태우 피고인의 뇌물수수를 적극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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