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위, 보수정권에 대한 진보의 항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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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사진) 존스홉킨스 대학 부설 한미연구소 소장은 “현재 한국의 시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새 정권에 대한 정치적 항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1일(현지시간) 미 외교협회(CFR)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에서 쇠고기는 작은 요소이고, 한국의 민족주의와 한국 내 다양한 그룹들의 항거가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시위는 10년간 진보정권이 집권한 뒤 한국인들이 보수주의자를 대통령으로 뽑았다는 사실, 특히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진보 집단의 반대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또 “쇠고기는 먹는 문제와 관련돼 있어 반대 집단이 가장 손쉽게 공략할 수 있는 대상이 됐다”며 “한국 정부 또한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항거가 널리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인들이 모르는 사이에 아주 민주화된 나라가 됐다”며 “시위는 물론 모든 형태의 반대 의사 표현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진보파는 좌파가 아니라 자유주의자들(Liberal)이며 유럽인이라면 이들을 온건 사회주의자 정도로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대선을 앞둔) 미 의회 일정상 올해 안에 비준 동의를 받지 못할 게 확실하다”고 내다봤다. 또 “대선이 끝나면 내년 초에 미국 정부가 FTA 비준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기 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아직은 미국 내에서 FTA에 반대가 많다”며 “오히려 한국에서 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는 데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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