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조계 “당연한 결정”… 다음 “비슷한 글 뜨면 삭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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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광고주 연락처를 나열한 불매 운동 게시물은 위법”이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각계에선 “적절한 판단”이란 반응이 많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전무는 “방통심의위의 위법 판단은 당연한 결정으로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인 광고를 놓고 일부에서 게재 중단 협박을 하며 정치적으로 기업을 헐뜯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심의를 계기로 자유로운 기업활동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규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무책임한 네티즌의 횡포에 기업으로서 많은 피해를 봤다”며 “무질서하고 원칙 없는 포털의 운영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제대로 기준을 잡아 준 결정”이라고 반겼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도 “분양 광고를 냈다가 전화 공세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호되게 당했다”며 “아파트를 지어놓고 광고를 못 해 속을 태웠는데 이젠 분양 광고를 낼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포털 업계도 이번 심의에서 제시한 잣대를 앞으로 적용하겠다는 분위기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광고를 낸 업체 목록이나 전화번호를 올리는 것은 위법이라는 결론이 난 만큼 관련 글을 삭제하고 앞으로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측도 “앞으로 비슷한 게시물이 올라올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놓고 법률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홍만표 대변인은 “법리적으로 당연한 결과”라며 “방통심의위 결정을 근거로 포털이 지켜야 할 게시판 운영 준칙을 만들어 온라인상의 법질서를 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관기 변호사도 “자기 집 담벼락에 누구누구에게 협박 전화를 걸라는 글이 써 있다면 집 주인이 삭제할 권리가 있다. 포털은 게시판에 대한 꾸준한 관리 감독 책임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나라당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은 “방통심의위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신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안 읽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근본적으로 광고를 못 하게 방해하는 건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합리적인 판단이 내려졌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관점에서 공적으로 개인·기업의 이름과 주소를 공표해 위해를 가하도록 독려하는 건 위법이지만 상품 자체에 대한 불매 운동은 소비자 운동의 본질적 요소이므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방통심의위가 지나치게 정권의 편을 든 것 같다. 심의위가 졸속으로 이런 심의를 하게 되면 앞으로 많은 문제를 노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장정훈·김승현·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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