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들이 본 '인간의 性'-파리서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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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세계화」라는 단어를 들먹이는 것 자체가 진부하게 들릴 정도로 우리는 모두 이미 세계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지구 저 맞은편에서 열리고 있는 한 전시가 인사동이나 청담동 화랑가에서 열리는 어떤 전시보다 더 큰 관심을 끌고있는 것도 이러한 사실을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파리를 다녀온 사람들은 미술관계자가 아니더라도 퐁피두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한 전시를 화제삼아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한다.서울에서는 그 흔한 전람회 한번 안가던 사람들을 파리 퐁피두센터 전시장으로 몰고가는 전시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인 성(性)문제를 정면에 내세운 『여성-남성;예술의 성』전시다.
지난해 10월26일부터 파리 퐁피두센터 5층 전시장에서 계속되고있는 이 전시는 그야말로 적나라한 인간의 성문제를 묘사한 작품들만을 전시하고 있다.단순한 눈요깃감으로만 성문제를 바라보던 한국 관람객들에게는 브란쿠시.요제프 보이스등 대가들의 작품들이 걸려있던 바로 그 장소에 남녀의 성기(性器)가 예술이라는이름으로 아무 거리낌없이 관람객들을 맞고있다는 것에 충격까지 느끼게 된다.
사실 성이라는 주제는 모든 예술가들이 적어도 한번쯤은 다뤄본적이 있는 오래된 주제다.작품을 보노라면 유명한 작가들의 이름이 모두 등장하고 있어 그들의 다른 작품과 성을 표현하고 있는이곳의 작품들을 나름대로 비교해보면 색다른 재 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전시는 성을 표현하는 두 계보,즉 남녀 신체기관의 유기적인 차이에서 성을 바라보는 피카소와,이와는 달리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속성을 오히려 흐려놓는 마르셀 뒤샹의 시각을 바탕으로 「세상의 기원」「아이덴티티와 가면무도회」「눈의 역사」「유혹의 혐오」「자연사」등 모두 다섯가지 단계로 구성돼 있다.
영역마다 시선을 고정시킬 수도,그렇다고 눈을 돌릴 수도 없는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첫 주제인 「세상의 기원」에서는 다리를벌리고 누워있는 여성의 음부를 사실적으로 부각시켜 외설 시비를겪은 끝에 지난해에야 오르세미술관에 영구소장 된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이 있다.이밖에도 루이스 브루조아나 아네트 메사지등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남성들의 시각과는 또다른 감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2월12일까지 계속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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