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항만노조 무분규 선언 환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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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항만운송 노조와 사용자 측이 '무분규 평화선언'을 한 것은 늦었지만 잘된 일이다. 노.사.정은 "항만 노사관계 안정이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 건설의 관건"이라며 "경쟁력 강화와 노동의 질 향상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노동조합이며 조합원 수가 3만명에 이르는 항만 노조의 무분규 선언은 춘투를 앞두고 노사관계에 켜진 청신호다.

올해 노사관계는 비정규직 문제와 근로시간 단축 등 첨예한 쟁점이 많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조차 지난해 노사분규로 인한 수출 손실액이 김대중.김영삼 정부 때보다 많다며 만성적인 노사분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노조가 "노사분쟁은 국가와 기업.노동자에게 큰 고통"이라며 분규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화물연대 운송거부와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가 겹치면서 신인도가 하락한 데다 상하이.선전 등 중국 항만의 급부상으로 물동량 세계 3위에서 5위로 추락한 부산항으로서도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은 셈이다.

항만 노.사.정이 공동으로 세일즈를 하겠다고 한 것도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광양항만노조와 목포항만노조 위원장들은 이미 지난달 전남도 투자유치단의 일원으로 중국 상하이를 방문, "노사 분규 없는 항만을 만들겠다"며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세일즈를 벌인 바 있다. 이런 식으로 노조가 변신한다면 우리나라는 '파업 천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다.

대기업노조는 항만노조의 결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우리의 불안정한 노사관계와 생산성을 넘어서는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 때문에 기업들이 앞다퉈 해외로 떠나고, 그 결과 일자리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지금처럼 대기업노조가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여 제 밥그릇이나 챙기고 툭하면 정치투쟁과 경영간섭을 일삼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결과는 노.사의 공멸이다. 항만노조의 모범적 사례를 따르는 대기업노조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