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건설업계-더 어려워질 건설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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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연간 60조원에 이르는 건설시장.단일업종으론 최대시장이지만 속빈 강정이다.건설사 부채비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2배나 높은점을 감안하면 최근 불거져 나오는 건설업체들의 잇따른 부도를 일과성으로만 볼 수 없다.
다만 이제까지는 건설사들의 자생력이 강했다기 보다는 공급보다수요가 넘쳐 시장이 광범위했기 때문에 저절로 얻은 힘에 불과했다. 아무튼 주택업체의 거함 우성건설의 부도는 단순히 하나의 대기업이 쓰러졌다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나라 건설업의 앞날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예사롭지 않음을 시사해준다.
건설업계는 이번 부도사건을 여느때와 달리 의미깊게 바라보고 있다.사회.경제적 파장이 큰 대기업의 부도사건에는 이제까지 정부입김이 적잖이 작용했으나 이번에는 철저한 시장경제원리에 따라도태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계 속되고 있는 건설경기 퇴조가 일시적이지 않고 장기화될 것이라는데 업계관계자들의 견해가 일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건설시장 환경은 한층 어두워질 전망이다.
70년대말이나 80년대말과 같이 빈땅에 말뚝 하나만 박아도 수요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던 황금시대는 이제 기대하기 어렵다.
별다른 노하우도 없이 일단 부동산만 많이 잡아놓으면 떼돈을 벌던 시대는 가고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한 수요자 중 심의 경영시대가 온 것이다.
건설업체의 몸집을 키우는데 효자노릇을 해온 아파트도 수요감퇴가 예상되고 관공사도 시장개방등과 맞물려 수주가 쉽지않을 전망이다. 특히 내년 건설시장이 개방되면 엔지니어링을 비롯한 고부가가치분야는 선진업체들에 의한 시장잠식이 예상되므로 국내기업들이 찾아먹을 양식거리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하면 지금이야말로 건설업체의 자세와 경영방식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이제 경쟁력이 없으면 반드시 도태되고 마는 시장생리가 향후 경영환경을 지배한다고 가정하면 어떤 환경에서든견딜 수 있는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따라서 주택업체의 경우 이제까지 공급자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상품개발에 주력하든가 특수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건설계열사간 합병이나업종전환등의 구조조정도 필요한 때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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