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억원에 낙찰 주인공은 중국 펀드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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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끈한 열기, 치열한 눈치작전, 그러나 허를 찌르는 베팅과 낙찰.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77)과의 점심 경매가 마감된 26일 오전 11시20분(한국시간) 온라인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의 풍경은 그랬다. 마감 40분 전인 10시20분쯤까지 최고 입찰가는 70만1000달러. 이미 사상 최고치였다. 입찰자들은 막판 베팅을 위해 자신의 가격을 입력한 뒤 실행 버튼에 컴퓨터 커서를 올려놓고 있었다. 마감 순간 자신이 생각해 둔 금액을 베팅해 다른 사람이 더 높은 가격을 써넣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마감 15분 전 돌연 한 입찰자가 211만100달러(약 22억원)를 제시했다. 놀라움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응찰자 어느 누구도 선뜻 제시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순간 버핏과의 점심식사를 이베이 경매에 올린 미국 자선기관 그라이드재단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대변인인 데니스 라모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사상 최대 낙찰가이고 지난해(65만 달러)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재단 임직원들이 기뻐 아우성을 쳤다”고 전했다.

20여 분 동안 추가 응찰자가 나서지 않았다. 결국 211만 달러를 제시한 인물이 최종 낙찰자로 결정됐다. 주인공은 중국 선전의 헤지펀드 퓨어하트차이나그로스인베스트먼트의 펀드매니저 자오단양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퓨어하트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토요일이어서 연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낙찰받은 자오단양은 뉴욕 레스토랑 스미스&울른스카이에서 버핏과 점심을 같이하게 된다. 추가로 7명까지 초대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버핏에게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다. 다만 최근 무엇을 사고 팔았는지는 물어볼 수 없다. 하지만 과거 낙찰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버핏은 과거 실수 등을 통해 얻은 교훈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몇몇 업종에 대한 자신의 투자 판단을 밝히기도 한다. 이 밖에 어떻게 어려운 사람을 도울 것인지, 뛰어난 인재를 어떻게 발굴해야 하는지 등을 얘기한다.

점심 식사비는 버핏의 몫이지만, 자선사업의 일환이라는 점을 감안해 레스토랑 쪽이 1만 달러 한도 내에서 부담한다. 낙찰금액 211만100달러는 버핏의 숨진 첫 번째 아내가 생전에 자원 봉사자로 활동한 글라이드 재단에 전액 기부돼 저소득층 학생들의 교육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재단은 요즘 식료품값 급등으로 적잖은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 그래서 기록적인 211만 달러 낙찰로 재단의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버핏과의 점심 경매는 2000년에 시작됐다. 첫 낙찰가는 2만5000달러였다. 이듬해인 2001년에는 1만8000달러로 떨어졌다.

9·11 테러와 닷컴 거품의 붕괴에 따른 미 경기침체 때문이었다. 2003년부터는 이베이를 통해 경매가 진행되면서 참가자들이 늘고 낙찰가도 10배나 높아져 25만 달러에 이르렀다. 그리고 5년 만인 올해 200만 달러를 돌파했다.

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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