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박근혜 경선 승복이 제일 기뻤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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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 승복할 때가 제일 기뻤다”고 말했다. 반면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는 김무성 의원 등이 공천에 탈락했을 때를 꼽았다. 그는 총선 공천을 “뒤통수를 친 것”이라고 표현했다.

강 대표는 27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총리설과 관련해 “2반 반장하던 사람을 3반 반장 시키면 인적 쇄신 분위기가 나겠냐”며 “한 6개월 간 뭘할지 연구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각이 전면에 서야지 대통령이 행정안전부 장관처럼 다니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중앙SUNDAY 기사 전문

회담 전날 쇠고기 합의 잘못/ 총리설은 타이밍도 안 맞아/ 2반 반장이 3반 반장 되면 인적 쇄신 기분 나겠나/ 30일 대통령과 오찬 회동

강주안.이종찬 기자

7ㆍ3 전당대회를 끝으로 2년 임기를 마치는 강재섭(60) 한나라당 대표가 27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사상 최대의 혈전’으로 불린 이명박-박근혜 경선과 대선ㆍ총선을 치러낸 그는 “2년간 머리에 낀 노폐물을 없애기 위해 한 6개월간 푹 쉴 것”이라며 “중앙SUNDAY 인터뷰를 끝으로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세련되지 못한 대처가 쇠고기ㆍ공권력 추락 사태를 빚었다”며 “청와대는 있는 듯 없는 듯 숨어서 조율하고 내각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ㆍ미 FTA와 국회 원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지난 2년 동안 굵직한 일이 많았는데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나요.

“제일 즐거운 기억은 대선후보 경선 때 당이 둘로 깨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당대회에서 패배한 박근혜 전 대표가 승복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 굉장히 기뻤습니다.”

-승복을 안 할까봐 걱정했나요.

“조마조마하지는 않았어요.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되니까. 까놓고, 나도 누가 이길지 몰랐어요. 그 정도 과정을 거쳤으면 누구라도 승복해야지요. 모든 룰 합의하고 원도 한도 없이 TV토론 했고, 심지어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후벼 파보기도 하고 별짓을 다했단 말이에요. 여기서 승복이 안 되면 어거지라고 보는 거죠. 그러나 우리 정치가 어거지로 계속 결론이 나왔으니까, 이인제 때도 그랬고.”

-또 다른 기억은 없나요.

“총선이 다음으로 즐거운 추억입니다. 언론에선 180석, 200석 했는데 나는 진짜 145석에서 155석 사이라고 봤어요. 공천 후유증이 엄청났기 때문에 최악의 조건이었어요.180석 나올 것 같았으면 뭐 때문에 불출마를 하며 내걸 포기하겠어요. 제가 경선ㆍ대선 다 성공했는데 마지막에 총선에서 과반수 못 얻으면 당장 집에 가야잖아요. 1년6개월 고생해 다 성공해 놓고 쫓겨난다고 생각해 봐요. 얼마나 억울해요. 그래서 정치인생을 건 거죠. 그런데 153석을 얻어 과반에 성공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총선 공천 때 예상과 달라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어요. 예를 들어 김무성 같은 사람이죠. (공천심사위원회가) 공천 신청도 안 받겠다고 해서 내가 말이 되느냐고 출근도 안하고 투쟁한 놈 아니오. 남의 캠프 좌장이었고 당 최고위원으로 노력도 했는데 대단한 부정비리도 아닌 벌금형 가지고 신청을 안 받아주니. 왜 전과자를 보호하느냐고 욕도 얻어먹었어요. 당시 이방호 총장이 와서 사과해서 업무복귀했는데, 그건 정치적으로 공천을 준다는 얘기잖아요. 안 줄 거면 서류를 받지 말지, 줄 듯이 해놓고 뒤통수 치는 게 말이 되나요.”

-친박 복당 논란 등 후유증이 컸죠.

“친박 복당 문제는 당이란 게 공천을 줘서 선거를 치렀는데 선거 끝나자마자 약육강식처럼 당선된 놈 무조건 다 들어오고 떨어진 놈 다 나가라, 이럴 순 없잖아요. 자꾸 5월말까지 하라고 하더니 막상 허용하니까 내일 모레가 7월인데 왜 안 들어오는지 모르겠어요.”

-이명박ㆍ박근혜 화합이 어렵지요?

“서로 잘해야 돼요. 말로만 계파가 없다는데 MB는 ‘나는 대통령이니까 MB계가 어디 있느냐’고 얘기하고 박 전 대표는 ‘나는 계보정치 안 한다’고 하면서 친박 다 남겨놔라 하고.”

-다음으로 어려운 일은 뭐였나요.

“경선이 끝나고 서로 아름다운 결론이 났는데 BBK가 터지니까 결과를 보겠다며 안 뛰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이회창 총재 같은 분은 탈당해 버리고. 저쪽은 BBK 헤집으며 네거티브를 극렬하게 하는데 전부 다 사기꾼 입만 보고 앉아있단 말이죠.”

-새 당대표는 어떤 사람이 되는 게 좋겠습니까.

“조율을 잘 해야 할 거예요, 청와대ㆍ당ㆍ내각을. 야당 할 때는 도 아니면 모예요. 나가서 데모하든지, 아니면 지켜보든지. 단순하잖아요. 비판만 하면 되니까. 여당은 목소리 크게 한다고, 청와대ㆍ행정부 공격만 한다고 당 인기 높아지는 거 아닙니다.”

-쇠고기 사태의 문제는 뭔가요.

“역시 소통부족입니다. 구중궁궐 들어가면 민심을 잘 못 듣는 수가 있죠. 우리나라 사람에게 쇠고기ㆍ쌀 이런 거는 굉장히 민감한데 너무 쉽게 생각한 거 같아요. 제일 잘못된 거는 쇠고기 협상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만나는 그 전날 합의했다는 게 첫 단추를 잘못 낀 거예요. 생선 구울 때 함부로 뒤집으면 부스러지니까 조심해야 하잖아요. 협상을 끌며 최소한의 노력을 보여주면서 해야 되는데 하필 전날 서명해서 밀어붙이니 반발심을 부른 겁니다.”

-다른 이슈는 어떻습니까.

“공기업 민영화한다고 하면 온 국민이 찬성합니다. 그런데 청계천 복원하려면 노점상이 있듯이 공기업마다 노조가 있습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잘 정해서 노조하고 물밑대화를 하면서 터뜨려야 하는데 그런 기술이 부족했습니다.”

-공권력 추락도 문제입니다.

“마찬가지예요. 어느 날 갑자기 물대포로 팍 쏴버리면 반발이 확 일어나는 거예요. 세련되게 해야지. 처음엔 밀리는 모습 보여주고, 경고도 하며 높여가야지.”

-지금이라도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할까요.

“지금은 촛불이 아니고 깃발이 됐는데 엄정 대처해야지, 방법이 있나. 이거는 완전 무정부 상태죠.”

-내각 교체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통령 만났을 때 ‘폭 넓은 인적 쇄신을 해달라’고 건의했습니다.”

-총리 권한을 두고 논란이 있습니다.

“다 헌법에 나와 있어요. 내각을 통할하고 대통령 보좌하는 걸로. 그렇게 하면 돼요. 그런데 분위기를 청와대가 만들어주면 좋지요. 대통령이 오만 데 다 나와 얘기하는 것보다 내각이 전면에 나서고 청와대 비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숨어서 조율하는 게 좋아요. 대통령은 한 수씩 딱딱 놓아야죠. 대통령이 행안부 장관인 것처럼 온 행사 다니면 피곤해서 안돼요. 너무 많은 말을 토해내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가치가 떨어지거든요. 최종의사결정권자, 종국적인 해결사가 자꾸 나타나면 안 됩니다.”

-강 대표 총리설도 거론됩니다.

“제가 그런 걸 할 타이밍이 아니에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선 변두리에서 만날 보이는 사람이 적격이 아니에요. 인적 쇄신을 했다고 하려면 지금까지 잘 안 나타난 사람 중에 갖다 놔야 쇄신을 한 기분이 듭니다. 2반 반장 하던 사람을 3반 반장에 갖다 놓으면 그렇잖아요. 그런 거(나한테)하라고 할 리도 없고.”

-분당에 개인사무실도 냈는데 향후 계획은 어떤가요.

“집에만 ‘방콕’(방에만 콕 박혀 있는 것)할 수는 없으니 집 근처에 사무실 얻은 거예요. 지금은 아무 생각 없어요. 한 6개월간 뭘 할까 연구를 해보고 장사를 할 건지, 다시정치를 할 건지…. 지금은 머리에 노폐물이 많이 끼어서 잘 안 돌아가니까 공기도 좀 쐬고 싶어요. 중앙SUNDAY가 이슈를 제기했지만 나는 20년간 의원 하면서 외유 한 번도 못 간 사람이에요.”

-대통령을 만났을 때 어떤 권유를 하진 않던가요.

“그런 얘기 할 시간이 있었나요. 월요일에 청와대로 가서 오찬을 같이하기로 했거든요. 그동안 고생했다고 얘기하겠지. 점심 한 그릇 얻어 먹어야죠.”

-2년 전 취임하면서 대선 때까지 골프를 끊겠다고 했는데 지키셨나요.

“한나라당 문제가 골프하고 폭탄주 아닙니까. 원래 대선 끝날 때까지만 안 치려 했는데 대선이 끝나니 추워서 못 치겠더라고요. 최근 한 달 전부터 쳤는데 이젠 잘 안 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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