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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끊고 몸무게 줄이자

중앙일보

입력

포브스코리아고혈압은 약을 몇 번 먹는다고 낫는 병이 아니다. 혈압이 높으면 뇌졸중, 심근경색 등 혈관질환의 위험을 안고 사는 것과 다름 없다. 다행인 것은 고혈압이 생활습관병이란 것이다. 약물의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혈압을 낮출 수 있다.


대재앙. 지진이나 조류 인플루엔자 얘기가 아니다. 의사들은 고혈압을 ‘총성 없는 저격수’라고 부른다. 고혈압에 저격 당할 우려가 있는 사람은 전 세계 성인의 25%에 해당하는 15억 명에 이른다.

국내 고혈압 환자는 800만 명이나 된다. 이 중 100만 명 정도가 뇌졸중, 심근경색 등 혈관질환 위험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고혈압은 이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성장동력을 마비시키는 걸림돌이다.

‘고혈압과의 전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의약품도, 첨단 의료 장비도 아니다. 바로 환자 자신이다. 고혈압은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이기 때문이다.

나쁜 생활습관이 만들어 낸 병은 좋은 습관으로 바꾸면 건강이 보인다. 고혈압의 탈출을 돕는 ‘해야 할 다섯 가지’와 ‘하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자신을 알고 처방법을 믿어야

1 혈관 노화 속도 피부보다 빨라 = 우리 몸의 혈관 길이는 10만km. 60조 개에 이르는 인체 내 모든 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다 보니 혈관 건강은 곧 신체 건강으로 직결된다.

이 중 혈압과 관련된 혈관은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다. 동맥은 혈액이 닿는 안쪽부터 내피세포층(속막)과 탄력섬유를 포함하는 평활근(중간막)과 결합조직층(바깥막)으로 이뤄져 있다.

동맥의 평활근은 고유의 탄력 기능으로 강한 압력에 견딜 뿐 아니라 제2의 펌프 역할을 한다. 혈액을 모세혈관 구석구석까지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혈관도 얼굴처럼 늙는다. 단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인’의 관심을 끌지 못할 뿐이다. 노화 속도는 오히려 피부보다 빠르다. 혈관이 탄력을 잃는 것을 동맥경화라고 한다.

시작은 혈관 벽의 작은 손상에서 비롯된다. 혈관이 찢어지면서 혈액이 흘러나와 혈관 벽에 쌓이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증식된 대식세포와 혈소판의 시체가 ‘무덤’을 만들면서 혈관의 흐름을 막는다.

혈관을 상하게 하는 동맥경화의 위험인자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다섯 가지를 꼽으면 나이, 비만, 콜레스테롤, 흡연, 스트레스다.

2 자신의 혈압을 알자 = 혈압은 곧 ‘혈관의 나이’다. 같은 나이라도 젊어 보이는 사람이 있듯 혈관 나이도 관리하기에 따라 10~20년까지 차이가 난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혈관에 관심이 없다. 혈관의 3분의 2가 막힐 때까지 증상이 없으니 늘 질병이 발생해야 중요성을 깨닫는다. 혈관 건강을 위한 첫째 수칙은 자신의 혈관 나이를 아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혈압을 재고, 수치를 확인해야 혈관의 안전이 보장된다.

혈압은 심장이 온몸으로 혈액을 뿜어낼 때 혈관이 받는 압력이다. 심장이 수축할 때 나타나는 최고 혈압은 130mmHg, 최저 혈압은 85mmHg 이하여야 정상이다. 최고 130~139, 최저 85~90은 혈압을 조심하라는 경계성 고혈압, 그 이상부터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혈압은 하루에도 수시로 변한다. 따라서 가끔 병원에서 재는 혈압을 자신의 혈압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제대로 혈압을 재려면 아침·저녁 두 차례 측정하고, 안정기엔 최소 3일, 그리고 약을 바꿀 때는 적어도 5일간 측정해 의사에게 보여야 한다. 이를 가정 혈압이라고 한다.

측정 시간은 아침엔 기상 후 한 시간 이내(배뇨 후, 식사, 복약 전), 저녁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재야 정확하다. 앉은 자세에서 1~2분 안정을 취한 뒤 상완(어깨와 팔꿈치 사이)에서 잰다.

3 운동은 최고의 혈압 강하제 = 운동은 비만을 줄여주기도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혈압을 떨어뜨린다. 이는 운동이 혈관의 탄력을 높이고, 교감신경, 전해질, 인슐린 분비 등 체내 신경 및 내분비계의 균형을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다.

고혈압 전 단계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면 두 달 뒤부터 혈압이 안정된다. 고혈압 1, 2기에 속한 사람은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이 5mmHg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걷거나 가볍게 뛰면 혈관의 탄력성이 배가 된다. 발에는 무수한 혈관이 있다. 발바닥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피를 뿜어 위로 올려 보낸다. 혈류의 강한 흐름이 혈관을 청소해 탄성을 유지시켜 준다.

걷기는 죽음의 자객인 내장 비만을 퇴치하는 가장 훌륭한 처방이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에 120Kcal, 빨리 걸으면 300Kcal까지 열량을 태운다.

이상적인 운동량은 매일 중간 강도로 30분부터 한 시간까지, 주 5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 2회, 30분만 운동해도 심혈관계뿐 아니라 당뇨병 발병률을 낮춘다는 논문도 많다. 권장 운동량에 비해 적게 해도 분명히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4 식사에도 지혜가 있다 = 우리 몸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활성산소는 세포를 공격해 빨리 늙고 병들게 한다. 혈관세포 역시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지방질을 과산화지질로 산화시켜 혈관에 쌓아 놓기도 한다.

따라서 항산화 물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혈관을 돕는 일이다. 비타민 A와 C, 플라보노이드나 카테킨과 같은 폴리페놀이 듬뿍 함유된 채소와 과일을 먹어야 한다.

혈전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항혈전 식품도 있다. 채소로는 당근, 시금치, 피망, 토마토 등이 해당된다. 생선으로는 정어리, 고등어, 청어와 같은 등푸른 생선이 있다.

짜게 먹는 사람은 칼륨을 충분히 섭취하면 좋다. 미네랄의 하나인 칼륨은 자체로도 혈압을 낮춰준다. 또한 나트륨이 체외로 배출되도록 도와주고, 신장에서 분비되는 혈압 강화 효소를 증가시킨다.

칼륨은 곶감, 건조 대두, 녹황색 채소, 시금치, 토란, 바나나 등에 많다. 물에 용해되기 쉽기 때문에 날로 먹을 수 있는 것은 그대로 섭취하고, 샐러드나 주스로 만들어 먹는다.

칼륨 외에도 우유나 치즈, 요구르트, 두부 등에 들어있는 칼슘, 현미나 밤, 참깨 등의 견과류에 들어있는 마그네슘에도 혈관 수축을 막아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5 약을 끊거나 멋대로 먹는 건 금물 = 고혈압엔 ‘치료’보다는 ‘싸운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약을 복용해 완치하기보다 평생 관리하며 제압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용량의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고혈압 환자의 50%가 치료 시작 6개월이 지나면 약을 먹지 않고, 일 년이 지나면 70%가 중도 하차한다.

이같이 불성실한 약물 복용으로 일 년에 사망하는 심혈관계 질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12만5000명을 넘어선다. 생산성 저하 및 건강 비용 증가 등 경제적 손실이 매년 1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약을 제때 챙겨 먹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나름대로 지혜가 필요하다. 예컨대 약 먹어야 할 시간에 시계 또는 휴대전화로 알람을 맞춰놓는다거나, 가족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으로 도와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환자 치료에 쓰이는 고혈압 약은 이뇨제, 베타 차단제, 칼슘 채널 차단제, ACE 억제제 등 다양하다. 요즘엔 두세 가지 약물을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 추세다.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고칼로리 식품을 자주 섭취하면 당뇨병의 위험은 커진다.

흡연과 잘못된 식습관 피해야

6 금연은 ‘무조건 무조건이다’ = 담배가 혈관에 해로운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니코틴이 혈관을 수축시킨다.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관을 수축시키는 것 외에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의 분비량을 늘린다. 담배를 피우면 혈압은 최고 혈압 10~20mmHg, 최저 혈압도 5~15mmHg 정도 상승한다.

둘째는 체내 산소 부족으로 혈압이 상승한다. 일산화탄소가 폐 안으로 들어가 산소 운반 역할을 하는 헤모글로빈과 결합, 산소의 유입을 방해하는 것이다. 셋째는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담배 연기에 포함된 대량의 활성산소가 LDL 콜레스테롤을 산화시켜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넷째는 혈액 중에 지질의 한 종류인 유리지방산이 많아진다. 유리지방산은 혈전을 쉽게 생기게 하고, 심장의 노동량을 늘려 혈압을 높인다.

40대 남성의 경우 비흡연자의 관상동맥질환 사망률은 10만 명당 50명이지만 담배를 하루 10~20개비 피우면 사망률은 275명, 21~39개비 피우면 370명으로 늘어난다. 다행히 담배를 끊으면 1~5년 안에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에서 벗어난다.

7 소금 줄이고 다른 짠맛으로 바꾸자 = 우리 국민은 짜게 먹기로 유명하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평균 5.28g. 이를 소금으로 환산하면 13.2g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5g을 크게 웃돈다. 소금 5g이면 찻술 하나 정도다. 하지만 13g이 넘으면 밥 숟가락 하나를 가득 떴을 때의 양이다.

소금의 주된 성분인 염화나트륨은 우리 몸의 수분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죽염, 암염, 천일염은 괜찮다고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주요 성분은 일반 소금과 동일한 염화나트륨이다. 단지 일반 소금보다 칼슘, 마그네슘, 황, 칼륨 등 무기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저나트륨 소금은 염화나트륨 대신 염화칼륨 성분을 넣어 일반 소금과 비슷한 짠맛을 내면서도 상대적으로 나트륨이 적다.

우리 국민이 소금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식품은 김치, 국과 찌개, 어패류 순이다. 김치는 소금 함량도 높지만 하루 세 끼 모두 먹는다는 것이 문제다.

국이 싱겁더라도 국물을 모두 마시면 소금 섭취 총량이 늘어나 혈압에 영향을 미친다. 가정에 혈압계를 비치하듯 염도계를 사용해 가족이 먹는 염분량을 계산하는 것도 덜 짜게 먹는 방법이다.

8 비만과 고혈압은 실과 바늘 = 뚱뚱한 사람이 정상 혈압을 바란다면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몸무게가 1kg 증가할 때 모세혈관은 1.5km 늘어난다. 혈액 공급량이 늘어나 심장에 부담을 주고 혈압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실제 비만한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고혈압 발생비율이 2~6배 높다.

특히 복부 비만, 즉 내장 지방이 문제다. 내장에 쌓인 지방에서 지방산이 떨어져 나가 혈액 속에 지방이 많아지는 현상을 고지혈증이라 부른다. 이 유리지방산은 내장 지방에서 방출되는 TNF-α라는 종양괴사 인자와 함께 인슐린의 활동을 방해한다.

그 결과 당 대사에 이상이 생겨 혈당이 높아진다. 이렇게 인슐린 기능이 떨어지면 췌장은 이를 보충하려고 더 많은 인슐린을 생산해 고인슐린 혈증이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콩팥의 염분 재흡수가 일어나 고혈압이 발생한다.

따라서 내장 지방이 잘 쌓이지 않는 몸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기초대사량이 높은 근육질의 몸매가 혈관에 이롭다.

9 스트레스가 고혈압을 가중 =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선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하나는 코르티솔이란 호르몬 분비다. 코르티솔은 위기 상황에서 도주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만드는 호르몬이다. 또 교감신경에도 작용한다.

교감신경은 차로 비유하면 액셀러레이터다. 아드레날린이란 호르몬을 방출해 몸을 흥분(가속화)시킨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혈액이 근육에 몰린다. 이런 스트레스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혈당치가 올라가고 수축된 혈관은 혈압을 올린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감각을 이용하는 것이다. 후각을 통해 좋은 향기를 맡거나, 평온한 음악을 듣는 일이다. 영화를 보거나 그림 또는 자연을 감상하는 시각적 행동도 도움을 준다. 적당량의 알코올도 효과가 있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뇌의 신피질을 마비시켜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로 하여금 마음껏 해방감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운동 역시 변연계를 어루만져 주는 좋은 방법이다. 비타민 C도 권장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소모되는 것이 비타민 C이기 때문이다.

10 가족력 3대에 걸쳐 살펴보자 = 혈압도 대물림할까. 유전은 부모의 유전자 정보가 자식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을 말한다. 부모와 자식은 유전 정보의 50%를 공유한다.

그러나 고혈압은 유전질환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부모가 고혈압이면 자식도 고혈압이 될 확률은 높지만 이는 체질을 물려 받았을 뿐, 유전 정보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유전인자와 환경인자가 결합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를 ‘다인자 유전질환’이라고 한다. 따라서 부모가 고혈압이라고 해도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질병 가계도를 그려서 선대 또는 친척 중에 고혈압 환자가 있고, 40대가 넘으면 월 1회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식생활과 운동으로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성격도 부모를 닮는다. 정열적이고 흥분을 잘 하는 사람, 스트레스를 잘 받는 예민한 성격은 주의해야 한다.

글 고종관 중앙일보 건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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