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6개월째 경상적자 … 물가 6% 넘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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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파도를 만난 한국경제호에 조난 위기 신호가 깜빡이고 있다. 5월 경상수지는 6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5월에 4.9%나 올랐던 소비자물가는 이달엔 6% 넘게 급등할 전망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서 코스피지수는 3개월 만에 1700선 밑으로 떨어졌다. 하반기 경제성장률도 뚝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이처럼 총체적 난국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산 쇠고기에 발목 잡힌 정부는 파고를 헤쳐 나갈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빨간 불 켜진 경제=고유가 충격이 우리 경제에 본격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3억7750만 달러 적자였다. 5월에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9억10만 달러 적자) 이후 11년 만이다. 올 들어 5월까지의 적자도 72억1360만 달러에 달했다. 이미 한은의 연간 전망치(30억 달러 적자)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한은 국제수지팀 이상현 차장은 “전체 적자액 중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의 상승에 따른 영향이 69억 달러”라고 밝혔다. 아직 수출이 잘되고 있기 때문에 유가가 안정됐더라면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면 이는 환율 상승→수입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성장률 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서민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진다.

문제는 앞으로의 경제 전망이 더 나쁘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3.8%로 상반기(5.5% 추정)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4.9%)보다 낮은 4.1%로 예상했다. 그나마 이는 유가 상승이 진정됐을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유가가 더 오르면 전망치도 크게 떨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평균 150달러 수준이면 하반기 성장률은 2%, 물가상승률은 9%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고유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유가 수준에 맞춰 2단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2단계(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70달러) 상황이면 유류세를 내리고 택시에 대해서도 유가 환급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1단계(배럴당 150달러)에선 민간에 대해 차량 5부제 또는 2부제 시행과 영업시간 규제 등 강제적인 에너지절약 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다.

◇금융시장도 불안=이날 코스피지수는 유가 급등과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맞물리면서 전날보다 33.21포인트(1.93%) 내린 1684.45로 장을 마쳤다.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17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3월 27일(1676.24) 이후 처음이다.

환율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원-달러 환율은 1041.5원으로 전날보다 4.9원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극히 불안안 모습을 보였다. 한 외환 딜러는 “외환당국이 달러를 팔아 시장을 진정시키지 않았더라면 이날 환율은 15원 이상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주가가 하락하면 시장 금리도 하락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경기 전망이 나빠지면서 금리도 같이 오른 것이다. 이날 3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 오르며 5.77%로 마감했다. 산은자산운용 김만수 채권운용팀장은 “경기 전망이 나빠지면서 채권 금리도 올랐다”며 “고물가에 이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까지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준현·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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