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미봉남’ 당분간 계속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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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단기적으론 흐림, 중·장기적으론 갬’.

영변 냉각탑 폭파 이후의 남북관계 기상도를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단기적으로 흐린 이유는 ‘핵 문제는 미국과의 현안’이라는 북한 측의 입장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냉각탑 폭파가 북·미 관계의 이벤트이며, 남과 상관없다는 게 북측의 논리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형성된 대북 강경기조와 이에 대한 북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이 만들어낸 한랭기류가 바뀔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와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안보통일연구부장 등은 “남북 관계의 급격한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부장은 “북한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6개월~1년 정도 길들이기를 했고 지금도 상황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중·장기적으로 갤 가능성은 무엇보다 냉각탑 폭파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정한다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낼 수 있다. 서주석 전 청와대 안보수석 비서관은 “냉각탑 폭파는 비핵화 2단계 합의사항의 이행이므로 이를 남북 관계의 돌파구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25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변화에 나선다면 북한 경제가 자립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한 것은 시점상 의미가 있다.

윤 부장은 “정부는 북한이 핵 폐기 단계에 들어가면 ‘비핵·개방 3000’을 구체화시키겠다고 했다”며 “남북 관계의 발판이 마련된 만큼 당국이 비핵·개방 5개 프로젝트 협의를 위한 정부 내 협력단을 구성, 북에 대화를 제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의 미·일 관계 개선 속도가 대남 관계보다 앞서지만 미·일과의 관계를 더 진전시키려면 남북 관계 진전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김 교수는 “그런 요인 때문에 미국 대선이 본격화되기 전인 8월까지는 남북 관계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 내 외교안보 참모 진용이 바뀐 것도 상황 변화에 한몫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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