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너소·광우병 연결 신중했다면 많은 사람이 이성적 접근 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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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의 번역·감수자 정지민씨는 26일 “PD수첩 제작진은 다우너(downer) 소가 광우병 소일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심사숙고해서 그에 걸맞은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PD수첩이 내놓은 해명에 대한 반박이다. 그는 또 “PD수첩에서 도축된 다우너 소를 보여주며 광우병 소인지 아닌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을 강하게 전달했다면 많은 사람이 좀 더 이성적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촛불집회 사진을 보여주면서 미국 측에 ‘이해해 달라’는 식으로 나가는 것과, 좀 더 잘 제작된 프로그램이 기반이 돼 당당하게 추가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이날 오전 PD수첩 제작진이 ‘PD수첩 영어번역자 관련 입장’이라는 해명서를 언론사에 배포한 뒤 이뤄진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PD수첩 측은 이 자료에서 “다우너 소와 광우병을 연결 짓는 게 왜곡이라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프로그램 감수는 PD수첩 팀장과 담당 PD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정씨가 얘기한 내용은 영어 번역 감수 이외의 영역”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씨는 “올 초 다우너 소 동영상이 공개됐을 때 미국 사람들의 인식과, 다우너 소가 하나의 용어로서 의미하는 바를 전부 검토해 본 결과 이 같은 의견을 제기하게 됐다. 광우병 전문가가 아니라도 영어에 근거해서 볼때 다우너 소를 광우병과 직접 연결시키는 것, 또는 그런 뉘앙스를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미국에서 이 동영상이 동물 학대와 일반적인 위생 문제 때문에 논란이 된 점, 다우너 소라는 명칭이 광우병으로 인해 생긴 신조어가 아니라는 점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는 얘기다.

PD수첩 측의 “지적한 사실이 제작진에게 전달 안 됐다”는 해명도 반박했다. PD수첩 측은 전날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씨가 PD와 메인 작가 등 제작진에게 얘기한 적이 없고, 보조작가에게 지나가는 말로 다우너 소가 어떻게 광우병과 연결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의문을 표시한 적은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정씨는 “분명 PD에게 내 의견을 전달해 달라고 강력하게 얘기했다. 당시 보조작가는 ‘그럼 이 영상 못 쓴다’ ‘그런 식으로 하면 프로그램 제작이 힘들다’며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4월 29일 방영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와 관련해 정씨는 영어 취재물 870분 중 약 3분의 1과 문서 37장 중 12장을 번역했다. 방송용으로 최종 편집된 프로그램 45분에서 영어 번역 부분에 해당하는 12분을 감수했다. 영어 번역자 13명 중 가장 많은 분량을 번역했고, 전체 프로그램에 대한 영어감수를 담당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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