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질병 넘어선 재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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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국제 적십자·적신월연맹(IFRC)이 질병으로만 여겨져 온 에이즈를 홍수나 가뭄 같은 재난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 등이 26일 보도했다. IFRC는 이날 발간한 ‘세계재난보고서’에서 “에이즈는 유엔이 규정한 재난의 정의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며 “에이즈 발병과 확산을 막기 위해선 재난에 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인도지원조정국(UNOCHA)은 재난을 ‘한 사회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인적·물적·환경적 피해를 초래해 사회 기능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는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IFRC 보고서는 특히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의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자의 3분의 2인 2500여 만 명이 이 지역에 살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짐바브웨·보츠와나·모잠비크·말라위 등 이 지역 국가는 국민 10명당 한 사람이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다. 이 지역에서는 매일 6500명이 에이즈와 합병증 등으로 숨진다. 문제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초 “개발도상국 국민 중 에이즈 관련 처방약을 받은 사람은 최근 3년 동안 7배나 증가한 300만 명에 달하지만 에이즈에 감염됐으면서도 제대로 약을 받지 못한 이들도 670만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IFRC의 에이즈 담당자인 무케시 카필라는 “상당수 국가에서 이미 에이즈는 커다란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에이즈는 감염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에이즈가 만연한 국가는 환자 치료에 드는 비용을 제외하고도 교육이나 식량 확보 등 사회발전을 위한 기본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에이즈 보균자는 350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어린이는 200만 명이다. 지난해에만 전 세계에서 210만 명이 에이즈와 합병증으로 숨졌다. 반면 지난해 태풍이나 지진 등 재난으로 숨진 사람은 2만3000명 선으로 최근 10년 동안 최저 수준이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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