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슈퍼리그>대한항공,현대自에 이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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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투우사는 힘으로 싸우지 않는다.힘을 믿고 달려드는 소를 이리저리 끌고다니며 약을 올리다 허점이 보이면 득달같이 파고들어 결딴내고 만다.
대한항공 신인세터 김경훈(185㎝)은 차라리 노련한 투우사였다.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그의 공놀림에 최강이라던 현대차써비스 라인업은 또다시 농락당했고 그 사이 대한항공은 부산에서만96배구슈퍼리그 2차대회 두번째 승리(3-2)를 낚아올렸다(16일.부산사직체).
현대차는 벤치에도 국가대표들이 앉아 있을 만큼 멤버상으론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최강.더욱이 지난 1일 올시즌 마수걸이 패배를 안겨준 대한항공을 대하는 현대차의 각오는 대단했다.
그러나 그 각오는 신예 김경훈(다음달 인하대 졸업예정)이 손끝으로 빚어내는 「공의 조화」를 어찌할 수 없었다.
김경훈의 토스는 국내최고센터 윤종일(22㎝)과 국내배구 최장신 제희경(27㎝)의 블로킹을 절묘하게 따돌렸고 연속출장으로 피로기색이 역력했던 쌍포 박희상.최천식은 편안하게 스파이크를 때려넣었다.
세트스코어 2-2에서 맞은 5세트에서 김경훈의 토스는 더욱 빛을 발했다.15점중 오픈스파이크로 얻은 점수는 불과 3점.나머지 12점중 8점이 김경훈의 블로킹 타이밍을 빼앗는 절묘한 토스에 이은 속공.시간차공격이었다.MIP상이 김경 훈에게 돌아간 것은 당연했다.
한편 고려증권은 성균관대를 3-0으로 일축하고 파죽의 9연승(1차대회 7승포함)을 기록하며 93슈퍼리그 우승이후 3년만의권토중래를 향한 순항을 계속했다.
또 홍익대는 센터 방신봉이 16개의 블로킹(90년 슈퍼리그 기록전산화 이후 한게임 최다)을 잡아내는등 맹활약한 데 힘입어후인정을 앞세운 경기대를 3-2로 따돌리고 2차대회 첫 승리를기록했다.
한편 이번 슈퍼리그는 현대차-대한항공 경기를 끝으로 나흘동안의 부산시리즈를 마치고 19일부터 서울로 옮겨 계속된다.
부산=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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