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흔들리는 북한 상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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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에서 특혜를 누리던 계층의 체제이탈이 늘고 있다.최근 몇달사이 북한 상층사회의 인물들이 잇따라 귀순한데 이어 7일에는잠비아에서 북한외교관 부인 최수봉씨가 현지 우리 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해 온 것이다.
망명을 요청한 최여인은 노동당 함경남도 당책임비서겸 인민위원장의 며느리란 보도가 있다.북한 정무원총리의 사위를 비롯,김일성(金日成)대학 교수에 이어 몇달전에는 북한 장관급 직책을 지낸 인물들의 가족과 고급장교가 귀순했던 사실에 비 추어 이러한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의 체제위기가 비단 경제문제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부문을 포괄하는 사상적 문제에까지 번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또 북한사회의 상층부가 동요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이는 중국이나 러시아로의 일반 탈북자(脫北者) 증가현상과 아울러 북한 체제관리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체제의 이러한 불안은 물론 우리에게 많은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온갖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안보적인 태세는 물론,혹시 있을지도 모를 대량난민(難民)사태 등 돌발적 상황을 우리로서는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대량난민사태가 아니더라도 최근 늘어나고 있는 귀순과 관련된 우리 내부의 체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귀순자나 난민의 정착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이는 물론 장기적이고도 종합적인 안목에서 할 일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잠비아에서와 같은 경우를 예상해 귀순희망자들을 안전하고 말썽없이 데려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관계국과의 긴밀한 의논과 협조태세를 갖춰야 하고,귀순자의 입장을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 등 국제 구호기관과의 협력방안도 강구해 놓아야 할 것이다.
물론 당장 급한 일은 최여인의 희망을 탈없이 실현시키는 일이다.관계국및 국제기구와의 긴밀한 협조로 최여인이 하루 빨리 우리 품에 안기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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