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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함' 왜 꿈의 구축함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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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가공할 위력을 갖춘 ‘꿈의 구축함’ 이지스함이 위용을 과시하며 대양을 가르고 있다. 미국.일본.스페인 등이 47척을 보유 중이다. 우리나라도 2008년 이후 3척의 이지스함을 거느릴 전망이다.

미국이 오는 9월부터 동해에 이지스함을 상주 배치키로 했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르면서 '꿈의 구축함'으로 불리는 이지스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어떤 구축함이길래 주변국들이 잔뜩 긴장하는 것일까. 1조원을 넘는 건조비용에 최대 200개 이상의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하고 24개의 표적을 동시에 격파할 수 있으며 최첨단 레이더로 반경 500㎞ 이내의 정보수집이 가능하다는 설명만으로는 그 가공할 위력을 짐작하기 어렵다.

이지스(Aegi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신 제우스가 그의 딸 아테네에게 준 방패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지스함은 미군이 개발한 최첨단 함대방호시스템을 장착한 함정을 말한다. 미 해군이 이지스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1967년 이스라엘의 구축함 에일러트호가 이집트 해군의 유도탄정이 쏜 스틱스 미사일을 맞고 격침된 이후다. 함대방호 체계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83년 이지스 시스템을 최초로 탑재한 9600t급 순양함 타이콘데로가호가 탄생한 데 이어 91년 8400t급 구축함에 이지스 시스템을 장착한 알레이 버크호가 건조됐다. 현재 미국(41척).일본(4척).스페인(2척) 등 47척이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도 2008년 이후 3척의 이지스함 취역을 목표로 설계를 끝내놓은 상태다.

이지스의 핵심은 SPY-1으로 불리는 첨단 레이더다. 이전의 레이더는 안테나를 기계적으로 회전시키는 것이었으나 SPY-1은 동서남북에 한대씩 4대가 90도씩을 책임져 사각을 없앴다는 것이 강점이다. 편평한 레이더면에는 잠자리눈처럼 붙어있는 4480개의 안테나 소자가 동시에 전파를 쏘아 200개의 목표를 한꺼번에 탐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고 추적까지 할 수 있다.

부산대 이제명(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반경 500㎞ 이내를 손바닥 보듯 샅샅이 훑을 수 있어 적군은 꼼짝달싹하기 힘들다"며 "98년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 실험에서도 일본의 이지스함이 궤도를 정확히 계산해냈다"고 말했다.

이지스함은 외견 상 앞뒤에 미사일 요격 기관포를 하나씩 장착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화력을 자랑한다. 갑판 아래에는 초음속 대공미사일, 중거리 대함미사일, 잠수함공격용 미사일, 지상공격용 토마호크 장거리 순항 미사일 등이 숨어 있다. 갑판의 해치가 열리면 수직발사대 2대를 이용, 1초에 한발씩 모두 122기의 미사일을 1분 이내에 목표물에 퍼부을 수 있다.

수퍼컴퓨터가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한다. 레이더가 잡은 적의 미사일이나 항공기의 위치 계산, 탄도 방향을 요격 미사일에 알려주는 것도 이 컴퓨터의 몫이다. 이지스함을 공격하는 미사일의 수가 많으면 가장 먼저 도달하는 것부터 순서를 매겨 한방에 하나씩 잡을 수 있다. 승무원은 320여명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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