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키워드 뉴스] 힐레이저<Hillraiser>, 힐러리 돕던 거액 기부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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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길었던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기간 중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돈줄은 인터넷을 통해 소액을 기부한 다수의 개미 군단이었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소수의 큰손 기부자들에게 의지해 2억 달러(약 2000억원) 정도를 거둬들였다. 이들을 일컬어 ‘힐레이저(힐러리를 위한 모금자라는 뜻)’라 한다.

미국 현행법상 개인이 한 후보에게 기부할 수 있는 선거자금 한도는 경선 때 2300달러, 본선 때 2300달러로 합해서 총 4600달러다. 한 사람이 거액을 기부할 수 없기 때문에 힐레이저는 지인들을 여럿 동원해 1인당 한도액만큼씩 돈을 걷는 방법을 활용한다. 힐레이저는 1인당 최소한 10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은 이들로 수백 명에 달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참모였던 칼 로브가 2000년과 2004년 대선 때 ‘부시 파이오니어(Bush Pioneer)’를 조직해 거액을 모금토록 한 것이 선례다.

이 힐레이저들을 상대로 오바마가 구애 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오바마 측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의 고급 호텔에서 이들을 위한 모임을 열고 힐러리와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3일 “힐레이저들은 모임에서 오바마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는 한편 힐러리가 경선 과정에서 진 빚을 일부 갚아 주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겠다는 심산이다.

오바마는 우선 모임 당일에 50만~100만 달러를 모을 전망이다. 추가 모금도 기대할 수 있다. 2007년 봄 모금행사를 열어 힐러리에게 100만 달러를 거둬 줬던 마이애미 출신의 크리스 코지는 오바마를 위해서도 올여름 비슷한 행사를 개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오바마가 힐레이저들에게까지 손을 내밀게 된 건 지난주 연방정부가 지급하는 공공선거보조금(public financing)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보조금을 받고 선거자금 지출에 제한을 받는 대신 스스로 모금해 마음대로 쓰는 길을 택한 것이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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