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업체 선정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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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복제약을 생산하려는 제약업체 중 첫 번째 신청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이 업체엔 6개월 간 독점 판매권의 혜택이 주어지도록 한·미 FTA 협정이 정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규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변리사회와 미국지적재산법협회 주최로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FTA가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과 대책’ 세미나에서다.

위혜숙 변리사는 “한국과 미국 간에 법 적용이 달라 한국에서 첫 복제약 업체 선정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가장 먼저 복제약 생산 승인 요청을 한 기업을 우선으로 할지, 아니면 복제약 생산을 위해 관련 특허 침해 여부 심판을 받은 기업을 먼저로 할지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법에서는 특허 만료 전에는 복제약 판매 승인 요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위 변리사는 첫 복제약 생산업체로 지정되면 독점 판매 혜택 때문에 국내 제약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내 업체로서는 오리지널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 복제약의 생산 승인을 받기 위해 성분과 복용 형태 변경, 특허 내용 재구성을 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위 변리사와 미국지적재산법협회 테레사 리 회장은 “한·미 FTA에 적용한 미국 해치-왁스만법은 오리지널 제약사와 복제약 제약사 양측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고 설명했다.

테레사 리 회장은 “신약에 대한 특허는 성분과 제품 구성, 사용 방법으로 취득할 수 있지만 제조 과정이나 포장은 특허를 받지 못하는 항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에서 오리지널 특허 소유자와 첫 복제약 생산업체 간 담합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리지널 제약사가 특허를 방어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있어 후발 복제약 업체는 이런 문제에 대한 전략을 잘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치-왁스만법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제약업체가 복제약을 생산하려 한다는 사실을 오리지널 업체에 통보해야 하며, 오리지널 업체가 소송을 하면 30개월 동안 복제약 판매가 유예된다. 국내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으나 미국에 수출하려면 이 규정을 잘 살펴야 한다. 이상희 대한변리사회장은 “해치-왁스만법은 국내 복제약 업체에는 위기이자 기회”라며 “업체들이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미국 업체와 공동 기술개발에 나서면 한·미 FTA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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