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옥상 헬리포트로 직접 연결 롯데는 31층까지 전용 엘리베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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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빈(國賓)이 머무르는 ‘프레지덴셜 스위트(PRS)’가 되려면 우선 호텔 현관에 최소 10대 이상의 차량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국가 수반이 움직일 경우 주 차량뿐 아니라 수행원과 경호원 차량, 선도 차량 등이 10대 이상 되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청와대와 가까운 것도 의전과 경호 차원에서 중요한 요소다. 워커힐이 국내 최고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 번도 외국 정상이 머무르지 않은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VIP 전용 승강기를 지정해 사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외교통상부 박지은 서기관은 “롯데호텔의 경우 일반 엘리베이터와 별도로 31층 로열 스위트까지 바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과 마주 보는 건물에서 PRS룸이 들여다보인다면 실격이다. 최악의 경우 저격의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도심 빌딩숲에서 떨어져 남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신라와 하얏트를 외국 정상이 선호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특히 남산 중턱에 있어 시야가 확 트인 하얏트는 경호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 대통령들이 단골로 이용하는 곳이다.

신라호텔 22층의 프레지덴셜 스위트 노스 윙의 유리창은 방탄 필름이 코팅돼 있다.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외부 침입이나 저격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신라호텔은 노스 윙 객실에서 옥상 헬리포트로 바로 이어지는 전용 통로까지 마련해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의 PRS룸이 과연 얼마나 돈이 될까. 호텔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PRS룸의 투숙률은 보통 10%대, 높은 곳도 30%에 불과하다. 100일 중 90일은 텅 비어 있다는 얘기다. 하룻밤을 머무르는 데 1000만원 안팎의 비용을 치를 고객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호텔에서 공식적으로 밝히는 PRS룸의 가격을 다 내는 고객은 흔치 않다. 30% 이상 할인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호텔 간 경쟁이 벌어질 경우 공짜로 PRS룸을 제공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손님이 잘 들지도 않고, 설사 오더라도 상당 폭을 할인받아 이용하는데도 불구하고 특1급 호텔이 PRS룸을 운영하는 이유는 뭘까.

하얏트의 안성연 상무는 “PRS룸은 호텔의 얼굴이고 상징”이라며 “국빈이 우리 호텔에 숙박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홍보 효과를 낳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국빈이 방문할 경우에는 수행원이 많아 PRS룸을 포함한 수개 층을 통째로 예약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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