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는 의심 도축장 콕집어 검사‘검역주권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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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 간 쇠고기 추가 협상이 타결됐으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정말 수입되지 않을지 ▶이 조치가 얼마나 지속될지 ▶검역주권 강화의 효과가 있을지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 된다”고 평했지만 광우병 대책회의는 “실효성 없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국내법을 통해 보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간접 보증=추가 협상의 목표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 금지였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정부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교역 금지를 보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보증은 ‘품질체계평가(QSA)’를 통한 간접 보증이다. QSA는 수출업체들이 정부에 기준 마련을 요청하거나 자발적으로 기준을 정한 뒤, 이를 충족한 제품을 정부가 인증해 주는 제도다. 미국 농무부가 이행 여부를 점검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자발적인 품질관리 시스템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정부 간 협약이 근거가 되는 수출증명(EV)프로그램을 적용하지 않았을 뿐 내용상으론 EV나 QSA나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승환 경희대 교수는 “미국 민간기업의 자비로운 시혜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법적인 실효가 없다”고 말했다.

추가협정의 시한도 논란이다. 양국은 ‘한국 소비자 신뢰가 개선될 때까지 기한 없이 경과조치로서 실시한다’고 합의했다. 유명환 장관은 “시한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여론을 감안해 기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을 뿐 한시적인 조치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경과조치’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도 이를 방증한다.

◇수입금지 부위 추가=30개월 미만 쇠고기라도 뇌·눈·척수·머리뼈는 앞으로 수입되지 않는다. 최초 협정 때는 편도와 소장끝 부분만 금지했다. 이번에 추가된 금지 부위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상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은 아니다. OIE는 30개 이상 소에서만 이들 부위를 SRM으로 규정한다. 기존 협정문을 손대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기존 협정을 뒤엎는 내용의 합의를 한 셈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고, 소비자가 즐겨 먹는 곱창·사골·꼬리뼈 등의 수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SRM 기준을 완전히 무시하고, 국내의 특수 상황만을 강조할 순 없다”고 말했다.

◇검역권 강화=정부가 추가로 따낸 검역권은 2회 이상 규정을 위반한 미국 업체에 대한 수출중단 조치를 강화한 것이다. 애초 협정에는 이런 조치의 주체와 절차가 불명확했다. 이번에는 한국 측이 요구하면 미국 정부가 즉각 중단 조치를 시행하도록 했다.

또 기존에는 한국이 현장 점검을 하고 싶어도 ‘표본 작업장’이 아니면 실사를 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한국 정부 판단에 따라 점검할 작업장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사실상 수출 도축장 취소 권한을 가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종적인 도축장 승인·취소권은 미국이 갖고 있어 근본적으로 바뀐 게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로 합의된 내용은 고시 부칙에 담기게 된다. 정부는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하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승환 교수는 “하나의 고시 안에서 상충되는 내용이 담기게 돼 새로운 분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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