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권위, 흥행 + 신뢰성 합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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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토니상’ 최고 책임자 손드라 길먼이 한국의 ‘더 뮤지컬 어워즈’의 개최를 축하하며 참석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친필 편지를 보내왔다.

모든 게 신뢰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혹시나 이해하지 못할까 단어 하나하나에 대한 정확한 발음도, 낮지만 차분한 말투도, 또 꼼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설명하는 자세까지. 손드라 길먼(사진). 미국 극장 기구(American Theater Wing) 의장(Chairman)이자 ‘토니상’의 총책임자다. 그로부터 토니상의 의미와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토니상이 열린 바로 다음날인 16일(현지시간) 오전, 그의 집에서 진행됐다.

-이번 토니상의 과정과 결과에 만족하나.

“토니상의 목적은 한결같다. 뛰어난 성과를 낸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것과 ‘토니상’을 통해 많은 브로드웨이 작품들이 알려져 관객이 더 올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이번엔 특히 후보작뿐만 아니라 ‘라이온 킹’이나 ‘렌트’처럼 브로드웨이의 현재와 과거를 보여주는 부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래서 더욱 뜻 깊었다.”

-공연 심사는 1년 내내 진행해야 하므로 어려움이 클 것 같은데.

“바로 오늘부터 내년 것을 준비한다. ‘토니상’은 크게 세 조직에 의해 진행된다. 우선 24명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Administration Committee)가 최고 상위 조직이다. 전체적인 방향을 결정하고, 브로드웨이에 올라간 작품이 연극인지 뮤지컬인지 혹은 다른 장르인지 등을 규정한다. 이후 후보선정위원회(Nominating Committee)에 의해 각 부문별 후보가 결정되면 700여명에 이르는 투표인단에 의해 최종 수상이 결정된다. 투표인단은 비평가·프로듀서·스태프·지방 제작자 등을 총망라한다. ‘토니상’ 주최측은 후보선정위원과 투표인단에게 어떤 작품을 볼 것인지 리스트를 제공하고, 관람 여부는 각 프로덕션과 심사위원간의 협의에 따라 진행된다.”

-최근 ‘애비뉴Q’ ‘사춘기’ 등 실험적인 작품이 수상한 것과 달리 올해는 대작 ‘남태평양’이 주목을 받았다.

“토니상의 주요한 존재 이유가 이 부분에 있다. ‘애비뉴Q’와 ‘사춘기’는 모두 오프-브로드웨이를 거쳐 브로드웨이로 진출했고, 이번에 최우수작품상(Best Musical)을 수상한 ‘인 더 하이츠’ 역시 오프의 성공을 기반으로 올초부터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중이다. 이런 작품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시장을 구분하고 격려하는 게 시상식의 역할이다. ‘남태평양’이 많이 수상한 건 투표인단의 선택이다. ”

-‘토니상’은 미국 극장 기구와 브로드웨이 연합회(The Broadway League)가 공동 주최한다. 각각의 역할이 어떻게 다른가.

“ 공익성를 극장 기구가 책임진다면 쇼의 화려함 등은 브로드웨이 연합회의 몫이다. 토니상이 갖는 권위는 결국 신뢰와 흥행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두루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뮤지컬 열기가 뜨겁다.

“2000년대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 뮤지컬이 어떤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더 뮤지컬 어워즈’에 참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

뉴욕=최민우 기자


◇미국 극장 기구(American Theater Wing)=1940년 발족했다. 처음엔 2차 대전으로 피해를 입은 아동 등을 지원하는 구호 성격이 강했다. 전쟁이 격화되면서 애국심 고취·전방 위문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위상을 높여왔다. ‘토니상’은 바로 이 기구를 태동시키고 이후 의장까지 맡았던 앙트와네트 페리(Antoinetie Perry)가 46년 사망하자 그의 공적을 기리고자 이듬해 탄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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