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맞서는 정치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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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 09면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 내각의 지지율 역시 각종 스캔들 때문에 최악이다. 미국과의 무역 구조 협의는 미국 측의 강경한 입장에 따라가기만 하고 있다(여기까지 읽고 어느 나라 얘기인가 혼란스러운 독자를 위해 한마디-드라마 속 설정임). 결국 총리대신이 성추행 혐의로 사임하게 된다.

조원희의 일드열전<24> 체인지

바닥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여당은 정치가 아버지와 후계자 형이 모두 사망해 가문의 후계자가 된 초등학교 교사 아사쿠라 게이타를 ‘허수아비’ 총리로 세우려 한다. 일단 참신한 인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겠다는 작전이다. 하지만 아사쿠라는 언제나 밀실에서 이뤄지고 국민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정치를 바꾸려 한다. 나아가 일본을 변화시킬 인물로 성장한다.

‘체인지’는 1년에 한 편씩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을 맡는 기무라 다쿠야의 2008년 주연작으로 현재 방송 중이다. ‘고쿠센3’ ‘아쓰히메’ 등의 화제작과 경쟁하느라 조금은 힘겨운 느낌이지만 20%대의 높은 시청률로 히트작의 반열에 올라섰다.

‘체인지’는 기무라의 최고 히트작 ‘히어로’와 비교될 만한 부분이 많다. 아베 히로시 등 겹치는 캐스트들뿐만 아니라 ‘점퍼 차림의 검사’라는 파격적인 캐릭터 설정은 ‘초등학교 교사 출신 총리대신’이라는 설정과 비교될 만하며 자칫 무거운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주제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매우 명랑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흡사하다.

‘체인지’가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모든 국민이 꿈꾸는 정치인의 이상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치의 현실 속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제목처럼 ‘바꿔’ 나가겠다는 의지를 가진 통치자의 모습은 일본 시청자를 연일 감동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 특사와 독대하며 농산물 수입 압력에 당당히 맞서 일본 농민의 권리를 주장하는 기무라 다쿠야의 모습에는 오히려 한국 시청자가 더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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