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문화원사건 법정 '출연진' 전원 총선출마 진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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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5년 미문화원 점거사건 관련 재판장.검사.변호인.피고인이 4.11총선에 모두 출마한다.그것도 4당+무소속의 5색(色)이다.85년5월 대학생 73명이 서울 미문화원을 점거해 광주진압과 관련된 미국의 책임을 추궁하며 72시간동안 농 성을 벌였다.이 사건은 85년 2.12총선으로 조성된 5공 저항감정에 불을 붙였고 피고인들의 재판거부로 법무장관 교체를 불러오기도 했다. 당시 재판장이었던 이재훈(李宰勳)전성남지원장은 자민련으로경북상주에서,검사였던 최연희(崔鉛熙)전춘천지검차장과 이사철(李思哲)전서울남부지청부장검사는 신한국당(가칭)의 말을 타고 각각동해와 부천원미을에서 출마한다.변호인중에 박찬종( 朴燦鍾)전의원은 현재 무소속으로 서울서초갑에서 6선고지를 공략하고 있고 홍성우(洪性宇)변호사는 민주당으로 정계에 입문해 서울 강남갑을노크하고 있다.
피고인중에는 당시 서울대총학생회장이었던 김민석(金民錫)씨가 국민회의 공천을 받아 서울영등포을에서 출마한다.李전재판장은 판결문 외에 장문의 훈계문을 발표해 화제가 됐던 인물.그는 재판을 거부하는 피고인들에게 『재판은 혁명이 아니어서 (내용이) 혁명적일 수 없으며 또 그래서도 안된다』고 논박했었다.
李전재판장은 89년 법원을 떠난 후 정치에 뜻을 두고 농촌운동을 펴왔는데 이번에 김상구(金相球)의원등과 일전을 벌이게 됐다.그는 최근 농성사건의 리더였던 함운경(咸雲炅)씨가 간첩불고지죄로 재판을 받자 무료변론을 맡고 있다.
崔.李전검사는 신한국당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새인물로 내세우는 후보들.崔씨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청와대법률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6일 오전 퇴임식을 마치고 동해로 향했다.주요 라이벌은 홍희표(洪熙杓)전의원.朴전의원은 당시 대(對)검찰공격에서 주공(主攻)을 담당했고 洪변호사는 김민석피고인을 전담하면서 정연한 변호논리를 폈었다.
김민석씨는 92년 260표차로 나웅배(羅雄培)현경제부총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인물.金씨는 최근 수년간 李전재판장과 친분을 쌓아오고 있다.그는 『재판의 관련주체들은 모두 나름대로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을 신봉하는 「확신파」들이었다 』며 『15대총선을 무대로 각기 다른 옷을 입고 뛰니 묘한 역사의 변화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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